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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법

AI가 대체하는 건 '손'이지 '머리'가 아니다

김수연 변호사 · 2026.06.01

“AI가 발달하면 결국 변호사들 굶어죽는 거 아니야?”

나의 고민, 그리고 남의 고민이기도 하다. 최근 어느 링크드인 일촌분께서도 DM으로 그런 질문을 하셨다. ’변화를 막을 수 없으니,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죠.’라는 내 대답에서 무력함이 느껴졌을까.

그런데, 법률 AI로 110억 달러(약 15조원)짜리 회사를 키운 사람이 반대로 말하고 있다. “변호사가 주는 핵심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라고. 로펌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파는 사람이, 직업적으로만 보면 “변호사는 곧 사라진다”고 외쳐야 이득인 자리에서 한 말이다.

Harvey의 창업자 윈스턴 와인버그. 흥미롭게도 로펌 1년 차에 네임드 법률AI를 창업했다. 며칠 전 FT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읽다보니 “AI시대에 변호사는 다같이 망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또렷하게 보였다. 공멸이 아니다. 어떤 변호사가 살아남느냐가 갈릴 뿐. 그래서, 미래엔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일까?

(이하 FT 인터뷰를 요약한 것이다. 독자의 시선이 머물기 바라는 지점, 흥미로운 지점에 < >표시를 해둔다. AI로 포스팅 글을 생성한 것 아니고, 직접 쓰고 표기한 것임을 두 번 세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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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변호사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바뀌는 것

  •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로 넘어간다. 그리고 변화를 밀어붙이는 쪽은 로펌이 아니라 기업의 사내 법무팀이다. AI로 처리되는 일에 비싼 청구서를 더는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 달라진다. 시간당 청구가 당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실사처럼 정형화된 업무는 정액제>로 옮겨가고, 거기에 성공보수나 파트너의 시간에 대한 프리미엄을 얹는 ‘메뉴판’ 방식으로 재편된다. <토큰 비용을 따로 청구>하는 날도 올 것이다.

  • 노하우가 시스템에 쌓인다. 스타 파트너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노하우가 조직에 축적되면, 역설적으로 의뢰인 관계는 오히려 더 끈끈해진다. 파트너가 떠나도 일이 그를 따라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기에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다.

바뀌지 않는 것

  • 자문의 가치. 와인버그가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고 단언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의뢰인이 10만 달러를 낸 건 사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주는 파트너의 판단에 낸 돈이지, 어쏘들의 리서치 시간에 낸 돈이 아니었다.

  • 사람을 다루는 일. 변호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오래 남았다. 최고의 딜 변호사들은 말한다. 계약 조건은 어차피 다 비슷하고, <진짜 실력은 양 당사자를 조율하는 데서 나온다>고. 문서를 빨리 읽는 능력이 스타 변호사를 만드는 게 아니다.

  • 1년 차의 훈련. 법은 계속 바뀌어도,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하는 그 ’과정’을 몸에 익히는 일은 그대로 중요하다. 외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어쏘의 자리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따로 있었다. 로펌이 비즈니스 모델보다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한 사람이 파트너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는 지적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도제식 훈련이 줄어든 자리에, 지금의 로펌은 어쏘 군단을 점점 복잡한 일에 그냥 투입한다. 기계적 반복적 리서치는 1000번을 수행할 이유가 없다. 열 번, 스무 번이면 충분히 숙달된다. <AI가 그 ’굳이 1,000번’을 걷어내 줄 수 있다면>, 로펌은 비로소 다시 묻게 된다. <어떻게 하면 어쏘를, 의뢰인이 큰 돈을 낼 만한 고난도 업무를 해내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그래서, 누가 살아남는가

AI가 대체하는 건 '리서치하는 손'이지
'판단하는 머리'가 아니다.

살아남는 변호사는 판단을 파는 사람, 사람을 조율하는 사람,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검증하고 그 위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사라지는 건 문서를 빠르게 읽어내는 능력 하나로 버티던 자리다.

변호사 업계의 공멸이 아니라 ‘변호사 수요’ 혹은 ’변호사 역량’의 재편이 다가올 미래임은 분명하다. AI가 발달할수록 변호사 가치의 무게중심은 ’얼마나 많은 일을 쳐냈는가’에서 ’어떤 판단을 주었는가’로 옮겨간다.

그래서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 중, 솔직히 ’AI가 해도 되는 손의 일’은 몇 퍼센트인가. 그리고 ’AI가 못 하는 머리의 일’을 키우는 데 당신의 로펌은 시간을 쓰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이 앞으로 5년, 변호사 개인의 생존선을 가를 거라고 본다. (물론, 이 질문은 제일 먼저 나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5년뒤 살아남을 변호사인가.)

기사 원문: Financial Times, "Harvey's Winston Weinberg: Why AI will force lawyers to change their fee structure" — 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