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맘(Law Mom)'이라는 이름을 상표출원했다
’로맘(Law Mom)’이라는 이름을 상표출원했다.
처음 이 이름을 쓰기 시작한 건 로스쿨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그때는 아이가 없었다. 길고 긴 난임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부디 로스쿨에서라도 임신하여 엄마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로맘’이라고 지었다. 쉽지 않은 로스쿨 생활을 일기로 쓰며,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그 아이가 커서 읽어보란 의미로 이런저런 글을 남겼다.
이름의 힘이었을까. 정말 로스쿨에서 엄마(MOM)가 되어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변호사가 됐다.
올해 초부터 SNS를 시작했다. 변호사는 이름 석 자로 신뢰를 얻어야 하는 직업이라 링크드인, 인스타, X, 블로그 등 웬만한 플랫폼에선 모두 실명을 썼다. 딱 하나, 쓰레드만 익명(닉네임: 로맘 lawmom)으로 했다. 전문직 SNS는 아무래도 직업 관련 셀프홍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긴 하나, 어느 한 공간에선 업무와 무관하게 담백한 수험기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로맘’이라는 이름이 어느새 실명보다 나를 더 잘 설명하는 이름이 됐다. 이 세상에 변호사 엄마(Lawyer mom)는 많아도, 시험관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로스쿨에서 해낸 사람은 흔치 않다. 이 이름으로 무얼 만들 것도, 팔 것도 아니지만, 이름 석 자만큼이나 애정하는 내 서사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해보기로 했다. 변리사+변호사 더블 라이센스를 가진 실력 있는 동기의 도움을 받아 상표출원을 마쳤다.
법을 아는 사람이 자기 브랜드 하나 지키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나 싶기도 하다. 뭐, 변호사도 자기 일엔 늦는 법이다.
이 소식을 들은, 사업도 잘하고 잘생기고 키도 큰 Si-Yeon Kim 대표님이 모자 디자인을 만들어줬다.

선물받은 LAW MOM 모자 디자인
원조는 리먼브라더스 야구모자다. 리먼브라더스는 2008년 파산했다. 그 이름을 딴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이니 상관없다. 이런 걸 두고 ’수요없는 공급’이라 칭하나 싶은데, 반쯤 놀리듯 만들어준 이 모자가 꽤 마음에 든다.
브랜드란 결국 이런 것 아닐까.
누군가 선물로 만들어주고 싶을 만큼, 내 이름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
로맘, 이제 모자도 생겼습니다. 로맘의 법률서비스가 리먼브라더스만큼 유명해지면 진짜 상품으로 찍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이 글은 2026. 4. 18. 링크드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