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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자가 아니면 모를 기자의 세계(2) 하리꼬미

김수연 · 2026.03.17

2011년 입사하자마자 짐을 쌌다. 집을 떠나, 서울 시내 경찰서 2진 기자실로.

‘하리꼬미(張り込み)’… 군대 내무반처럼 경찰서에 눌러앉아, 토막잠을 자며 나와바리(담당구역)의 경찰서·지구대·파출소·소방서를 하루 종일 돌고 또 도는 수습 트레이닝이었다.

수습기자 시절

수습기자 시절 (사진: 동아일보)

새벽 2시쯤 일진선배가 자라고 해야 잠을 자고, 새벽 45시쯤 일어나서 또 취재를 해야했다. 여기자들은 경찰서 안에서 샤워하기도 마땅치 않아서 근처 목욕탕을 23일에 한번씩 겨우 갈 수 있었는데, 그때도 바가지를 포개어 핸드폰은 반드시 들고 가야만 했다. 수습기자는 전화벨이 세번 울리기 전에 반드시 받는게 ’국룰’이었기 때문이다.

보고는 2시간마다. “강남라인 수습 김수연입니다.”

수화기 너머 싸늘한 목소리. “보고해.”

살인, 강간, 강도… 그처럼 피냄새 솔솔나는 사건이 어디 매일 벌어지겠나. 주취폭행 같은 잔챙이 사건을 보고하면 욕설이 날아왔다. 요즘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감이지만, 그때는 그게 문화였다.

◆◆◆

어느 자정, 취재거리가 전혀 없던 날. 경찰서 입구에서 앙칼진 소리가 들렸다. “야이 놈들아, 거기 안 서?” 인천에서 송파까지 택시를 타고 온 십대 셋이 정차 틈에 냅다 튀어버린 것이었다.

의협심? 아니었다. “저거라도 잡아야 새벽 2시에 잘 수 있겠다.”

택시기사 아저씨와 산 같은 언덕을 헐레벌떡 뛰어올랐다. 결국 실패. 선배 보고 시간이 돌아왔다.

“너 왜 이렇게 숨을 헐떡거리냐?”

“그게… 도둑 잡다가…”

잠시 침묵. 그리고—

"그래. 기자가 원래 점잖은 직업이 아니야.
도둑도 잡고, 깡패도 만나고. 그게 기자다."

구멍을 내는 날도 있었다. 낙종을 하거나, 2시간도 못 자다 경찰서 민원인 벤치에서 쓰러져 잠들어 선배 전화를 놓치거나. 그럼 반성문. 또 구멍 나면 형사소송법 제2편 제1심 제1장 수사 조항을 전부 필사. 너무 추워서 경찰서 화장실 비데에 앉아 깜지를 쓰던 2011년 겨울이 아직도 선하다.

◆◆◆

나중에야 알았다. 이 모든 게 ‘먹물 빼기’ 였다는 걸.

머리로 계산할 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취재력. 기자라는 명함이 흔해빠진 시대지만, 바이라인에 책임감을 가지고 단 한 줄의 팩트를 건지기 위해 현장을 발로 뛰는 성실함. 그걸 6개월 동안 신문 지면에 이름 한 줄도 못 올리면서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 그게 ‘수습기자’ 훈련의 취지였다.

평생 기자만 하며 한 우물 팔 것이라 생각했는데, 10년쯤 하고 전직했다. 하지만 20대에 그 압축된 훈련을 받은 것(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고,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지금도 내 모든 일의 뿌리다.

내 자식이 기자를 한다면? 솔직히 달갑진 않다. 근데 “20대에 딱 5년만” 이라고 약속한다면, 더없이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다.

이 글은 2026. 3. 17. 링크드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