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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자가 아니면 모를 기자의 세계(3) 호외, 그리고 BTS

김수연 · 2026.03.21

오늘 중앙일보가 호외를 찍었다. BTS 때문에.

(그림 속 호외는 중앙일보 영문판)

중앙일보 영문판 BTS 호외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나에게 호외는 몇 장의 스틸컷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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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2002년 여름. 대한민국과 미국의 축구경기에서 안정환의 후반 동점골로 16강 진출의 청신호가 켜진 그날. 광화문을 뒤덮은 수만 명의 붉은악마들에게 동아일보는 호외지를 뿌렸다. 제목은 〈잘싸웠다… 16강 반드시 간다〉.

2011년 12월. 입사 교육 중 앞에서 강의하던 선배가 말을 멈췄다. “어? 잠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더니,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정일 사망. 호외 제작해야 한단다.”

문이 닫히고, 교실이 잠시 얼었다. 얼마 후 윤전기에서 막 나온 호외가 손에 들어왔다.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따끈한 종이였다. 기자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그날 처음으로 피부로 알았다.

2016년 박근혜 탄핵 호외. 그때는 기자로서 현장에 있었다. 2024년 윤석열 파면 호외. 그때는 이미 민간인(?)으로 구경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오늘. BTS.

◆◆◆

호외(號外)란, 긴급하거나 중대한 뉴스를 즉시 전달하기 위해 임시로 찍어 거리에서 배포하는 신문이다. 정기 발행과 달리 부정기적으로 나온다. 그래서 ’호외’다. 뉴스 소비가 신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종이신문의 발행규모도 축소되었고 그 자연스러운 귀결로써 호외도 보기 힘든 세상 되었다. 오죽하면 오랜만에 등장한 호외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굿즈처럼 중고시장에서 거래됐겠나.

그러니까 오늘의 호외는 의미가 크다.

사람들이 더 이상 종이가 아닌 화면으로 세상을 접하는 시대에, 굳이 윤전기를 돌린다는 건 단순한 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때에 호외를 발행한다는 건 편집국이 내린 하나의 선언으로 보아야 한다. “이 소식은 디지털 푸시 알림 하나로 흘려보내기엔 너무 크다”라고 말이다.

중앙일보는 오늘 〈BTS의 4년 만의 완전체 컴백〉을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다. 김정일의 사망, 두 대통령의 탄핵에 버금가는 무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2002년 이후 오랜만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축제가 호외의 소재가 됐다. 전직 신문기자로서, 그 선택이 괜히 반갑다.

뉴스의 무게를 종이에 새기는 일.
그 자체가 이미 편집이다.

이 글은 2026. 3. 21. 링크드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