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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워킹맘

SNS를 돌처럼 보던 내가 유튜브를 찍었다

김수연 · 2026.04.21

의뢰인 경찰조사 입회 도중 쉬는 시간에 링크드인에 들어가보니, “요새 바쁘신지 글을 안 쓰신다”는 1촌님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작두라도 타신 분일까.

지난 2주간(10영업일) 자정넘어 집에 간 날이 6~7일쯤 된다. 그 바쁜 와중에 매우 부담스러운 역할까지 맡았는데, 바로 유튜브 출연이다.

“SNS로 흥한 자, SNS로 망한다”를 금과옥조로 삼았던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자 시절 SNS가 발목잡아 망한 사람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무법인 로백스의 유튜브요정·크립토여신 Dan Kim 변호사님의 제안으로, 〈기자에서 변호사가 된 썰〉을 진득하게 풀어보는 콘텐츠를 찍게 됐다.

로백스 회의실에 차려진 촬영 현장

로백스 회의실에 차려진 촬영 현장

본업이 바쁘다보니 솔직히 유튜브는 준비를 거의 못했다. 문답지도 제대로 못 본 채 촬영에 임했는데, 예상 가능한 질문들이었다. 왜 전직했는가, 기자 시절과 무엇이 다른가, 아이 낳고 학교 다니기 힘들지 않았느냐…

그런데 PD님의 마지막 질문은 미처 준비하지 못해 당혹스러웠다.

“늦게라도 무언가 도전하고 싶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내가 뭐라고 남에게 교훈을 줄까. 〈시험관·출산·육아를 병행하며 기자에서 변호사로 전직하기〉가 인생 목표였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운 좋게 기자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 변호사가 되고 싶어졌고, 운 또는 실력이 모자란 탓에 단지 그 길이 남보다 늦어졌을 뿐이다. 그 과정이 외롭지 않게 아이라는 축복이 생겼을 뿐이고.

이런 생각이 머리를 휘감다 보니 제대로 답을 못 했다. 이제야 정리해본다.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이 말이, ’늦은 나이에 무언가를 도전하는 분들’께도 똑같이 드리고 싶은 말이다.

언젠가 아이를 낳는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최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모든 서포트를 다하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 가치관으로 25살에 기자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늦어도 너무 늦은 나이에 커리어 전환을 해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한 해 1700명이 쏟아지는 법조시장에서 ’변호사 라이센스’를 딴 것은 그저 결과일 뿐, 3년의 로스쿨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따로 있다. 1점 2점을 놓치지 않으려 밤을 새던 것, 시험 종료령이 울리기 직전까지 한 자라도 더 쓰려고 아등바등하던 것, 30대 후반의 애엄마가 성적 안 나왔다고 울며 끼니를 거르던 그 주책스러운 순간들. 그것들이 내 인생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딱 한번 살다가는 인생에 이런 기막힌 경험을 했던 게,
그 잘난 라이센스 한장보다 더 값진 성공이었다.

그래서 내 아이가 나처럼 늦게 돌고 돌아 어딘가에 도착한다 해도 그 정도로 절박하고 열정적인 시간들로 인생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라고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곧 ’늦은 나이에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다.

◆◆◆

하여간, 유튜브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언제 업로드될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촬영된 영상을 곁눈질로 보았는데, 값비싼 메이크업도 애둘 낳은 40넘은 아줌마에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출산 6개월 지난 비참한 외모를 좀 감춰보고자 야심차게 머리까지 볶았는데, ‘이부진이냐’ ‘신세계 이명희냐’ 별 소리를 다 들었다.

데뷔(?)를 이런 몰골로 해도 되나 싶지만, “내 눈 망치는 거 아니고 보는 사람 눈 망치는 거다”라는 뻔뻔함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 법인 유튜브 계정 구독자가 약 700명쯤이니까, 많이 잡아도 몇 백명 앞에서만 창피하면 된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글을 어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세 줄 요약으로 대신한다.

(1) 너무 바빠 글 올릴 시간도 없었습니다.

(2) 유튜브 한 편 찍었는데, 프로필 사진과 매우 다른 애둘맘은 미리 심심한 사과를 올립니다. 저도 프로필 사진처럼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진실을 알려드릴 수 있어 내심 기쁩니다.

(3) 업로드 되면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2026. 4. 21. 링크드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