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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근절법 해설(4) 풍자와 패러디는 안전한가

김수연 변호사 · 2026.07.14

법복에 걸린 광대 가면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만들고 제목에 ’패러디’라고 써 붙였다. 이 표시 하나로 안전해지는가. 이번 편은 이 물음에 답한다.

이 법은 2026년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유통한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재자에게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우고, 판결로 허위조작정보임이 확정된 정보를 거듭 유통하면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번 편에서는 허위조작정보에서 제외되는 풍자와 패러디의 경계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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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은 한 줄이다

법률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②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허위조작정보”라 한다)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

  1.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이하 “허위정보”라 한다)

  2.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이하 “조작정보”라 한다)

‘다만,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안전판으로 들어간 단서다. 그런데 조문은 여기서 멈춘다. 풍자가 무엇인지, 패러디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다. 일반적으로 풍자는 사회적 비판을 목적으로 과장과 왜곡을 사용하는 표현 방식으로, 패러디는 원본을 모방하여 변형하는 표현 방식으로 이해되지만, 법령상 정의가 없는 이상 그 경계는 해석에 맡겨져 있다.

가이드라인은 다르게 읽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은 이 단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풍자와 패러디는 허위조작정보의 예외로 규정되어 있으나, 풍자와 패러디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허위조작정보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 2026. 7.)

조문의 문언과 나란히 놓고 읽으면 긴장이 보인다. 명칭이나 외형만 풍자·패러디면 무조건 빠지는 것인가, 아니면 실질을 보는 것인가. 가이드라인의 태도는 실질이다. 풍자의 형식을 갖추었어도 허위·조작에 대한 인식, 손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한 이익 목적, 법익 침해라는 3편의 요건을 실질적으로 갖추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 ’패러디’라고 써 붙이는 것만으로 안전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해설 자료이므로(1편), 최종적인 경계는 법원이 그을 것이다.

경계는 어디서 찾게 되는가

시행 초기라 이 단서를 해석한 판결은 아직 없다. 당분간 참고할 것은 기존 명예훼손 법리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비방할 목적’에 관하여, 비방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경합하는 경우 주된 동기가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본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7도210 판결). 이 관점을 빌리면 질문은 이렇게 정리된다. 그 표현의 주된 동기가 공적 사안에 대한 비평인가, 아니면 비평의 외형을 빌린 특정인 공격이나 허위사실의 유포인가.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서 미리 점검할 것은 세 가지다.

  • 대상이 공적 사안인가 · 공직자의 직무, 공공정책처럼 비판과 감시가 필요한 영역인가, 아니면 사인의 사생활인가.
  • 사실 주장으로 오인될 소지는 없는가 · 과장임이 드러나는 풍자와 달리, 시청자가 실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성·편집은 조작정보 쪽으로 기운다.
  • 원본과 구별되는가 · 패러디임을 알 수 있는 표시와 맥락이 있는가, 아니면 원본 행세를 하는가.

셋 모두에서 멀어질수록 단서의 보호에서도 멀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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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절 이야기

과거 한 검찰총장의 사생활이 문제된 적이 있다. 당시 혼외자 논란에 대해 언론사들이 경쟁하듯 기사를 쏟아냈는데, 한 언론사의 칼럼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아직 초등학생 나이에 불과한 그 혼외자를 1인칭 화자로 내세운 글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칼럼을 쓴 기자의 의도를 알 수는 없다. 다만 윤리적으로도, 칼럼의 수준 그 자체로도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면책의 범위에 들어갈 만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의 체크포인트

  • 조문은 풍자와 패러디를 허위조작정보에서 제외한다. 다만 정의 규정이 없다.
  • 가이드라인은 풍자·패러디라도 요건을 갖추면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명칭과 외형만으로 안전해지지 않는다.
  • 시행 초기라 이 단서를 해석한 판결은 아직 없다. 당분간의 참고점은 기존 명예훼손 법리, 특히 주된 동기 기준이다.
  • 점검할 것은 대상의 공적 성격, 사실 오인 가능성, 원본과의 구별 가능성이다.

다음 편 예고

5편에서는 ’5배 배상은 언제, 얼마나 나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중 손해배상의 요건과 배상액 산정 기준을 중심으로 답해보겠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법률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등) 제2항

②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허위조작정보”라 한다)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

  1.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이하 “허위정보”라 한다)

  2.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이하 “조작정보”라 한다)

이 글은 「게재자를 위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해설」 연재의 4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