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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근절법 해설(8) '상당한 이유'를 남기는 방법

김수연 변호사 · 2026.07.21

취재수첩과 녹음기, 확인 목록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지금까지 일곱 편에 걸쳐 책임이 언제 생기는지를 따졌다. 마지막 편의 질문은 반대다. 어떻게 하면 책임에서 벗어나는가. 고발성 콘텐츠를 올리려 한다.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을 훗날 법정에서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이 법은 2026년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유통한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재자에게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우고, 판결로 허위조작정보임이 확정된 정보를 거듭 유통하면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번 편에서는 그 책임에서 벗어나는 면책의 요건과,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을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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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 조문부터 읽는다

법률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제7항

⑦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된 정보의 유통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정보의 유통 당시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또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에는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가이드라인도 같은 내용을 확인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정보 유통 당시에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또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 2026. 7.)

요건을 분해하면 셋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유통일 것, 유통 당시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을 것, 그렇게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는 별도의 길이다. 효과는 강력하다. 일반 손해배상(제1항)과 5배 가중 배상(제3항)을 모두 벗어난다. 5편에서 본 공익 정보 예외(제5항)가 공익신고 등 특정 범주의 정보에서 가중 배상만 걷어내는 것과 달리, 제7항은 검증을 다한 게재자를 배상책임 전체에서 놓아 준다.

상당한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 조문에서 눈여겨볼 표현은 ’유통 당시’다. 사후에 내용이 허위로 판명되더라도, 게재하던 그 시점에 진실이라 믿을 만한 충실한 검증이 있었다면 면책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틀렸는가가 아니라, 쓰기 전에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 조항이다.

무엇이 상당한 이유가 되는가. 이 문구는 개정법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 법리가 오래 다듬어 온 개념이고, 법원은 정보원의 신뢰성, 내용을 확인하려는 노력의 정도, 당사자에게 반론 기회를 주었는지 같은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 왔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판단에서도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을 고려한다고 본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7도210 판결).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구도 조회수 수익이 한 푼이라도 섞이면 끝이라는 뜻으로 읽을 것은 아니다. 기존 법리는 주된 동기가 공익인지를 기준으로 삼아 왔다(4편). 다만 어느 요소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말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재 파일: 게시물마다 폴더 하나

기자에게는 취재수첩이 있었다. 게재자에게 필요한 것도 같은 물건이다. 민감한 콘텐츠라면 게시물마다 폴더 하나를 만들어 다음을 남겨 두기를 권한다.

  • 근거 자료 · 판단의 토대가 된 문서, 원자료, 화면 캡처. 각각 어디서 언제 확보했는지 출처와 일시를 함께.

  • 정보원 기록 · 누가 알려 주었고 그 사람을 왜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는지. 익명 제보라면 신빙성을 판단한 근거까지.

  • 교차 확인 · 하나의 출처에 기대지 않고 독립된 다른 출처로 확인한 흔적. 확인이 불가능했다면 왜 불가능했는지.

  • 반론 기회 · 콘텐츠의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 해명을 요청한 기록. 연락한 일시와 방법, 받은 답변, 그리고 그 답변을 콘텐츠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답이 없었다면 시도한 사실 자체를.

  • 사후 대응 · 게재 후 오류를 알게 되었을 때 정정하거나 삭제한 기록. 3편에서 본 대로 인식은 유통이 계속되는 동안 내내 문제되므로, 알고도 방치한 흔적은 반대로 책임의 증거가 된다.

이 다섯 가지는 소송을 전제로 한 방어 자료이기 이전에, 콘텐츠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작업 과정 그 자체다. 검증을 기록하며 만든 콘텐츠는 애초에 소송당할 확률이 낮다.

연재를 마치며

여덟 편의 지도를 다 그렸다. 무엇이 바뀌었는지에서 시작해 누가 대상인지, 무엇이 성립요건인지, 풍자의 경계는 어디인지, 5배 배상과 10억 과징금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당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벗어나는지까지 왔다.

1편 · 무엇이 바뀌었나: 전체 지도

2편 · 당신은 이 법의 대상인가: 게재자 기준

3편 · 틀린 정보가 곧 위법은 아니다: 성립 3요건

4편 · 풍자와 패러디는 안전한가

5편 · 5배 배상은 언제 나오는가

6편 · 10억 과징금의 계산법

7편 · 당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

8편 · ’상당한 이유’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 (이 글)

이 법은 이제 막 시행되었다. 첫 판결, 첫 과징금, 첫 분쟁조정이 나오는 순간부터 조문의 빈칸이 채워질 것이다. 그 사례들이 나오면 이 연재는 사례를 추적하는 기록으로 이어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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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절 이야기

나는 첫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시작했다가 갤럭시로 갈아탄 경우다. 분기점은 기자가 되고 나서였다. 취재를 하다 보면 본인이 한 말도 호떡 뒤집듯 뒤집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시간이 흘러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건도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구와 통화하든 자동 녹음을 하려면 갤럭시의 기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고발성 기사를 쓸 때는 보도의 대상이 된 사람의 해명을 반드시 싣고, 확인 절차를 거치면서 오보를 면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면책 요건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 진실이라는 믿음, 그 믿음의 상당한 이유 셋이다. 피해자의 동의는 별도의 길이다.

  • 면책되면 일반 배상과 5배 가중 배상을 모두 벗어난다.

  • 판단 시점은 유통 당시다. 사후에 허위로 판명되어도 당시의 검증이 충실했다면 면책될 수 있다.

  • 상당한 이유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한다. 근거 자료, 정보원, 교차 확인, 반론 기회, 사후 대응.

  • 민감한 게시물마다 게재 파일 폴더 하나를 만드는 습관이 최선의 방어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법률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손해배상) 제5항·제7항

⑤ 공공복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의 경우 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제1호의 공익침해행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정보

  2.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정보

  3. 제1호 또는 제2호에 준하는 공익적 관심사와 관련된 사항으로 인정되는 정보

⑦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된 정보의 유통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정보의 유통 당시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또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에는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 글은 「게재자를 위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해설」 연재의 8편이자 마지막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