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변호사의 법률 인사이트Caselog는 김수연 변호사의 블로그입니다.
스타트업 · 벤처

벤처투자 계약 읽기(2) 계약서가 왜 둘로 나뉘었나

김수연 변호사 · 2026.07.15

끈으로 이어진 두 개의 서류 묶음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시리즈 A를 받을 때는 계약서가 한 부였다. 시리즈 B를 받으려고 보니 새 투자자가 내미는 계약서에도 같은 내용이 또 들어 있다. 회사가 정관을 바꾸려면 투자자의 동의를 받으라는 조항이 두 계약서에 각각 있다. 그러면 회사는 누구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가. 둘 다인가, 아니면 한쪽으로 충분한가.

2026년 개정판이 계약서를 둘로 나눈 이유가 여기 있다.

◆◆◆

한 계약서가 하던 일은 원래 두 가지였다

투자계약서 한 부에는 성격이 다른 약속이 섞여 있었다.

하나는 주식을 발행하고 인수하는 조건이다. 어떤 주식을 몇 주, 얼마에 발행하고 언제 돈을 넣는지. 돈이 들어오기 전에 회사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회사가 투자자에게 “우리 회사는 이런 상태입니다”라고 확인해 주는 내용은 무엇인지. 이 약속들은 투자가 완결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다. 돈이 들어오고 주식이 발행되면 대부분 할 일을 마친다.

다른 하나는 투자가 끝난 뒤 어떻게 지낼 것인가다. 회사가 무엇을 결정할 때 투자자에게 물어야 하는지. 회사는 무엇을 보고해야 하는지. 창업자는 언제 주식을 팔 수 있는지.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이 약속들은 투자가 완결된 다음 날부터 작동해서 몇 년을 간다.

앞의 것이 투자계약서(SPA), 뒤의 것이 주주 간 계약서(SHA)다. 성격도 다르고 수명도 다르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 실무는 이 둘을 한 문서에 담았다.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회사가 지는 의무와 창업자 개인이 지는 의무가 겹치는 영역이 많아서 한 문서로 쓰면 간편했다. 주주끼리 한 약속을 회사도 같은 문서에서 확인해 주면 나중에 실제로 강제하기가 수월하다는 계산도 있었다.

라운드가 쌓이면 무엇이 부딪치나

문제는 투자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리즈 A 투자자와 계약서를 쓴다. 1년 뒤 시리즈 B 투자자가 들어온다. 새 투자자도 자기 계약서를 쓴다. 그 안에는 A 투자자가 받은 것과 같은 취지의 조항이 다시 들어간다. 사전동의를 받을 사항, 보고받을 사항, 창업자가 주식을 팔 때 지켜야 할 절차. 시리즈 C가 들어오면 세 번째 계약서가 생긴다.

이때 두 가지가 부딪친다.

첫째, 투자자들 사이의 우선순위다. A 투자자는 사전동의 사항이 다섯 가지인데 B 투자자는 여덟 가지다. 겹치는 다섯 가지는 양쪽 동의를 다 받아야 하는가. B 투자자만 갖고 있는 세 가지는 A 투자자에게도 물어야 하는가. 회사가 임원 급여를 올리려는데 A는 좋다 하고 B는 안 된다 하면 어떻게 되는가.

둘째, 회사와 창업자의 의무 충돌이다. 계약서마다 회사가 할 일과 창업자 개인이 할 일이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으면, 회사는 어느 문서를 기준으로 사내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한 문서에 다 들어 있으면 이 충돌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계약서가 여러 부로 늘어나는데 각 계약서는 자기 안에서만 완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누면 무엇이 정리되는가

분리형은 이 문제를 문서 구조로 푼다.

SPA는 라운드마다 새로 쓴다. 시리즈 A의 주식 발행 조건과 시리즈 B의 주식 발행 조건은 원래 다르니 따로 있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 계약서들은 각자 돈이 들어오는 순간 대부분의 역할을 마친다.

SHA는 하나로 유지한다. 투자자가 늘어나면 새 투자자가 기존 SHA에 들어오거나, 기존 SHA를 고쳐 쓴다. 사전동의 사항이 어디에 적혀 있는지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그 SHA다.

미국에서는 원래 이렇게 쓴다. 전미벤처캐피탈협회(NVCA)의 모델 계약서는 주식인수계약, 투자자 권리 계약, 의결권 계약, 우선매수·공동매도 계약처럼 목적별로 문서를 나눈다. 국내에서도 실무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개정판이 그것을 표준으로 확정했다.

개정판이 드는 장점은 넷이다. 주식인수 조건과 경영 참여 조건이 나뉘어 계약 관리가 쉬워진다. 후속 라운드에서 SHA만 고치면 여러 투자자의 권리를 한 번에 조율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가 익숙한 구조라 국내 투자에 참여하기 쉬워진다. 회사와 창업자의 의무가 충돌할 여지가 줄어든다.

그래도 부딪치면 어느 쪽이 이기는가

나눠 놓아도 두 계약서가 다른 말을 할 수 있다. 개정판은 그 경우를 SHA 안에 못박아 두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2조 (본 계약의 효력) ① 본 계약은 투자자, 회사, 이해관계인의 서명날인과 동시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② 본 계약상의 내용이 본 계약 체결 이전의 당사자들 사이의 어떠한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교섭, 합의 등의 내용과 상충하는 경우에는, 본 계약의 내용이 우선한다.
③ 본 계약과 각 신주인수계약서에서 정한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 주식의 본질적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은 본 계약이 우선한다.
④ 본 계약은 전자 또는 수기의 형식을 포함하여 수개의 부분으로 체결될 수 있으며, 각 부분은 모두 원본으로 인정되나 하나의 법률문서를 구성한다.

제3항이 핵심이다. 두 계약서가 충돌하면 원칙적으로 SHA가 이긴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다. “주식의 본질적 내용”이다.

주식의 본질적 내용이란 그 주식이 어떤 권리를 가진 주식인가에 관한 것이다. 배당을 얼마나 우선해서 받는지, 보통주로 바꿀 때 몇 주가 되는지, 회사에 되사 달라고 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은 SPA의 별지에 적히고 회사 정관에도 반영된다. 주주들 사이의 약속으로 뒤집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래서 이 부분만은 SPA가 우선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주식 자체의 내용은 SPA, 사람들 사이의 약속은 SHA.

의무의 근거가 어느 계약서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나뉘어 있다는 것은 회사가 두 문서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의 사건이 두 계약서에 걸쳐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실사 과정에서 알리지 않은 부채가 나중에 드러났다고 하자. 이건 SPA의 진술과 보장을 어긴 것이다. 책임의 근거는 SPA에 있다. 그런데 투자자가 그 위반을 이유로 “주식을 되사 가라”고 청구하는 절차와 그 금액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SHA에 적혀 있다.

SPA만 읽으면 무엇을 어겼는지는 알아도 얼마를 물어야 하는지 모른다. SHA만 읽으면 그 반대다. 회사 안에서 계약서를 관리할 때 두 문서를 한 세트로 묶어 두어야 하는 이유다.

시리즈 B에서 마주하는 갈림길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창업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선택이 있다. 기존 SHA를 고칠 것인가, 새 SHA를 쓸 것인가.

기존 SHA를 고치는 쪽은 문서가 하나로 유지된다는 점이 크다. 사전동의 사항이 어디 있는지, 창업자가 언제까지 주식을 못 파는지 물으면 답이 하나뿐이다. 다만 기존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조건이 나빠지는 투자자가 있으면 협상이 길어진다.

새로 쓰는 쪽은 신규 투자자와 빨리 정리할 수 있다. 대신 기존 SHA를 그대로 두면 결국 문서가 둘이 되어 통합형에서 겪던 충돌이 되돌아온다. 새로 쓰기로 했다면 기존 SHA를 종료시키는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확인할 것이 하나 있다. SHA가 말하는 ’투자자’에 기존 라운드 투자자가 들어가는지 여부다. 이 정의 하나로 누구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가 갈린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3편에서는 SPA의 앞쪽, 그러니까 돈이 실제로 들어오는 순간을 본다. 납입기일까지 회사가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그리고 주금이 들어온 뒤에는 왜 계약을 물릴 수 없는지를 다룬다.

◆◆◆

협상 테이블에서

목적 조항과 효력 조항에는 협상할 것이 별로 없다. 문구를 놓고 밀고 당길 자리가 아니라 도장 찍기 전에 눈으로 확인하고 넘어가면 되는 쪽이다. 다만 확인은 해야 한다.

확인할 것은 둘이다. 하나는 SPA와 SHA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 그리고 그 예외가 무엇인지. 다른 하나는 이 계약서가 ’투자자’라고 부르는 사람에 기존 라운드 투자자가 들어가는지다.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 여기서 정해지는 것이 앞으로 회사가 무엇을 하려 할 때 누구에게까지 동의를 구해야 하는가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있다. 회사를 규율하는 문서는 계약서만이 아니다. 정관이 있고, 라운드마다 쓴 투자계약서가 있고, 주주 간 계약서가 있고, 이전 라운드의 주주 간 계약서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이 넷이 같은 사안에 대해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으면 회사는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알 수 없다. 새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넷의 우선순위를 한 번 정리해 두는 편이 낫고, 투자가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 있을 의무는 되도록 주주 간 계약서 한 곳에 모아 두는 편이 낫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SPA는 돈이 들어오기까지의 약속, SHA는 들어온 뒤의 약속이다. 성격도 수명도 다르다.
  • 통합형의 문제는 라운드가 쌓일 때 드러난다. 투자자 간 우선순위 충돌, 회사와 창업자의 의무 충돌 두 가지다.
  • SPA는 라운드마다 새로 쓰고, SHA는 하나로 유지하는 것이 분리형의 기본 구조다.
  • 두 계약서가 충돌하면 SHA가 우선한다. 단, 배당·전환·상환처럼 주식 자체의 내용은 SPA가 우선한다.
  • 하나의 위반이 두 계약서에 걸친다. 책임의 근거는 SPA, 청구 절차와 금액은 SHA에 있는 식이다.
  • 후속 라운드에서 새 SHA를 쓴다면 기존 SHA를 종료시키는 조항을 반드시 넣는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조·제2조 제1조 (목적)
본 계약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인수한 각 투자자의 경영참여에 관한 사항, 주식 처분에 관한 사항, 본 계약 및 각 투자자가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위하여 회사 및 이해관계인과 체결한 신주인수계약(이하 "각 신주인수계약(서)") 위반에 관한 책임 등을 정하고, 이와 관련된 투자자, 회사, 이해관계인의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정함에 그 목적이 있다.
제2조 (본 계약의 효력)
① 본 계약은 투자자, 회사, 이해관계인의 서명날인과 동시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② 본 계약상의 내용이 본 계약 체결 이전의 당사자들 사이의 어떠한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교섭, 합의 등의 내용과 상충하는 경우에는, 본 계약의 내용이 우선한다.
③ 본 계약과 각 신주인수계약서에서 정한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 주식의 본질적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은 본 계약이 우선한다.
④ 본 계약은 전자 또는 수기의 형식을 포함하여 수개의 부분으로 체결될 수 있으며, 각 부분은 모두 원본으로 인정되나 하나의 법률문서를 구성한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2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