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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계약 읽기(4) 실사에서 말했어도 소용없다

김수연 변호사 · 2026.07.19

색인표가 꽂힌 서류 바인더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실사 미팅에서 투자자 측 회계사가 소송 내역을 물었다. 담당 이사가 답했다. 진행 중인 건이 두 건 있고, 하나는 거래처와의 소액 대금 다툼이라 곧 정리될 것 같다고. 회계사는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다.

계약서 별지에는 소송 한 건만 적혔다. 소액 건은 정리될 거라 생각해 빼놓았는데 정리되지 않았다.

1년 뒤 이 일이 문제가 된다. 투자자는 실사 때 그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문제가 된다.

◆◆◆

진술과 보장은 원래 두 개다

이름부터 보자. 진술과 보장은 영미 계약서의 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를 옮긴 말이다. 원래는 둘이 다르다. 진술은 “우리 회사는 이런 상태입니다”라고 사실을 알리는 것이고, 보장은 “그것이 사실임을 책임집니다”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알리는 행위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짝을 이룬다.

우리 법에는 이런 제도가 따로 없다. 실무가 영미 계약서를 들여오면서 표현까지 같이 들어왔고, 국내에서는 둘을 나누지 않고 하나의 계약 조항으로 다룬다. 계약서도 “진실되고 정확함을 진술하고 보장한다”고 붙여 쓴다.

진술과 보장은 요약이 아니다

투자계약서 제3조는 짧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투자계약서(SPA) 제3조 (진술과 보장)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거래완결일까지 각자 별지 2. 진술과 보장 사항이 진실되고 정확함을 진술하고 보장한다.

내용은 전부 별지에 있다. 회사의 설립과 존속, 주식 발행 현황, 자산과 부채, 재무제표, 관계회사, 법령 위반과 소송, 세금과 보험. 각 항목마다 회사가 “우리는 이런 상태입니다”라고 확인해 주는 문장이 붙는다.

이걸 실사 결과를 정리한 문서로 읽으면 오해다. 진술과 보장은 책임을 나누는 장치다. 투자자는 회사 안을 다 들여다볼 수 없다. 실사로 확인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세무나 노동처럼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계약서에 적어 둔다. 여기 적힌 것이 사실과 다르면 그 위험은 회사가 진다고.

범위가 넓을수록 회사가 지는 위험이 커지고, 좁을수록 투자자가 진다. 진술과 보장의 분량은 곧 위험의 분배 비율이다.

투자계약서에서 집중해서 봐야 할 조항을 꼽으라면 이 조항이 반드시 들어간다. 분쟁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몰랐어도 책임진다

진술과 보장 위반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회사가 몰랐다는 사정이 원칙적으로 변명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은 잘못이 있어야 성립한다. 그런데 진술과 보장은 다르다. “우리 회사에는 미납 세금이 없습니다”라고 적어 놓고 나중에 미납 세금이 나오면, 회사가 그 존재를 몰랐더라도 진술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만으로 책임이 생긴다. 그 문장을 적은 순간 회사가 사실 여부를 보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래완결 시점에는 아무도 몰랐던 세무 문제, 퇴직한 직원이 몇 달 뒤 제기하는 노동 사건, 오래전 계약에서 비롯된 지식재산권 분쟁. 이런 것들이 나중에 튀어나와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된다.

시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돈이 들어오기 전에 위반이 드러나면 3편에서 본 선행조건 미충족이 되어 투자자가 납입을 거부할 수 있고, 최종기한을 넘기면 계약이 해제된다. 돈이 들어온 뒤에 드러나면 해제는 안 되고 손해배상으로 간다.

말로 알렸어도 면책되지 않는다

첫머리의 상황으로 돌아가자. 실사 미팅에서 소송 얘기를 했다. 투자자도 들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안 적혔다.

이때 회사가 책임을 면하는가.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진술과 보장 위반은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가 아니라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과 맞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서에 소송이 한 건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두 건이면, 투자자가 그 두 번째 건을 알고 있었더라도 적힌 것과 사실이 다르다.

대법원은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면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 책임을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 같은 일반원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적 자치와 법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인수합병 사안에 관한 판결이지만, 진술과 보장 조항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관한 기본 태도라는 점에서 신주인수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렇게 상대방이 위반 사실을 알고도 거래를 끝낸 뒤 그 위반을 이유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샌드배깅(Sandbagging)이라 부른다. 알고도 침묵했다가 나중에 꺼내 드는 셈이니 얌체 같지만, 법원은 계약서 문언을 우선한다. 반대로 이를 막으려는 조항도 있다.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항에는 진술과 보장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어 두는 방식인데, 이런 문구가 계약서에 들어가면 당사자의 합의로 샌드배깅이 차단된다. 회사 입장에서 넣어 볼 만한 조항이다.

그래서 이 조항이 생긴다. 별지 마지막의 ‘기타’ 항목이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투자계약서(SPA) 별지2 (기타) 회사는 투자자 또는 그 실사관련 자문사들에게 제공한 주주명부, 등기부등본, 정관 및 각종 계약서, 사업계획서 등 일체의 서면, 서류, 정보 기타 자료는 제공일 현재 회사에 관한 사항을 정확히 기재한 것으로서 모든 면에서 진실되고 거짓이 없으며, 중요한 사항을 생략하지 않았고, 중대한 면에서 의미를 오도하지 않는다. 회사의 임직원이 실사 과정에서 구두로 답변한 내용에 관하여도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 답변한 사실이 없음을 진술하고 보장한다. 단, 사업계획서 상에 미래에 대한 예측 및 기타 사업관련계획 사항은 경영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실제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사 과정에서 구두로 답변한 내용까지 진술과 보장의 대상이다. 자료실에 올린 문서만이 아니라 미팅에서 오간 말도 포함된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말로 한 답변은 틀리면 책임의 근거가 되지만,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이상 면책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양쪽으로 다 불리하다.

방법은 하나다. 진술과 보장에 어긋나는 사실이 있으면 반드시 계약서에 예외로 적어야 한다.

공개목록이 유일한 방어선

그 예외를 적는 자리가 공개목록(Disclosure Schedule)이다. “공개목록에 적힌 사항을 제외하고 진술하고 보장한다”는 문장 하나로 목록에 적힌 것들은 위반에서 빠진다.

회사가 완벽할 수는 없다. 정리되지 않은 프리랜서 계약이 있을 수 있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계가 애매할 수 있고, 세무 쟁점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공개목록에 적으면 투자자는 그 위험을 알고 투자하는 것이 되고, 회사는 나중에 허위 진술로 몰리지 않는다.

빠뜨리면 그 자체가 위반이다. 소송이 세 건인데 계약서에 한 건이라고 적었다면, 두 건을 빠뜨린 것이 아니라 진술이 거짓인 것이 된다.

개정판이 누락하기 쉬운 항목으로 드는 것들이 있다. 진행 중인 소송과 분쟁. 금액이 작은 것도 포함된다. 중요 계약에 들어 있는 지배구조 변경 조항. 기존 투자자에게 준 우선매수권이나 동의권. 이해관계인과의 거래 내역. 잠재적 세무 리스크. 노동 분쟁 가능성. 지식재산권 분쟁 가능성. 환경 관련 쟁점.

이 중 자본구조에 관한 진술은 특히 무겁다. 발행주식 현황뿐 아니라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모든 것을 적어야 한다. 부여한 스톡옵션, 전환사채, 그리고 예전에 맺어 둔 조건부지분인수계약까지. 나중에 이 중 하나가 빠진 것이 드러나면 지분 구조 전체가 흔들리므로 책임의 크기도 커진다.

진술인 척 들어오는 의무

읽을 때 하나 걸러 낼 것이 있다. 진술과 보장이라는 제목 아래 장래의 의무가 섞여 들어오는 경우다.

진술과 보장은 원래 과거와 현재의 상태에 관한 확인이다. 지금 이런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반면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성격이 다르다. 그건 의무이고, 위반의 효과도 다르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둘이 한 목록에 섞여 들어가는 일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진술과 보장 항목에 적혀 있더라도 그 내용이 장래의 의무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면 자리를 옮기거나 문구를 정리하는 편이 낫다.

창업자 개인은 어디까지 지는가

별지에는 회사에 관한 부분과 별도로 이해관계인, 그러니까 창업자에 관한 장이 따로 있다. 자기가 가진 주식이 주주명부 기재와 같다는 것, 자기 계산으로 취득했고 가장납입이 없다는 것, 특수관계 주주의 명단이 정확하다는 것 같은 내용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다. 회사의 진술과 보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 창업자가 회사와 함께 배상하도록 하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창업자로 한정한다는 문구다. 회사는 몰랐어도 책임지는데 창업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한정은 벤처투자법이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에 고의 또는 중과실을 요구하는 데서 온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창업자를 얼마나 보호하는지는 따로 볼 문제다. 11편에서 다룬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5편부터는 SPA의 별지1, 그러니까 주식 자체의 내용으로 들어간다. 텀시트에 RCPS 네 글자로 적히는 것에 붙은 세 가지 권리를 한 편씩 본다. 첫 번째는 배당과 청산에서 앞선다는 것의 의미다.

◆◆◆

협상 테이블에서

진술과 보장의 범위를 좁히는 방법은 셋이다.

중요성으로 한정하는 것. 모든 면에서 진실하고 정확하다가 아니라, 중요한 면에서 그렇다고 적는 방식이다. 사소한 오차가 위반이 되는 것을 막는다.

인식으로 한정하는 것. “회사가 아는 한”이라는 문구를 붙이는 방식이다. 회사가 알 수 없었던 사항까지 무과실로 책임지는 구조를 완화한다.

공개목록으로 한정하는 것. 앞에서 본 방식이다. 예외 사항을 목록에 적어 위반에서 빼낸다.

여기에 하나 더할 수 있다. 샌드배깅을 막는 문구다. 투자자가 계약 체결이나 거래완결 시점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항에는 진술과 보장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어 두는 것이다. 실사에서 다 확인해 놓고 나중에 그것을 이유로 청구하는 상황을 차단한다.

창업자 개인 차원에서는 책임 분리를 협의할 수 있다. 회사가 지는 책임과 창업자가 지는 책임을 나누고, 창업자는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만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정판의 진술과 보장 항목 자체는 투자자와 기업 양쪽에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된 권고안으로 평가된다. 항목을 대폭 덜어 내려 하기보다, 회사에 해당하는 예외 사항을 빠짐없이 찾아 공개목록에 옮겨 적는 쪽이 실질적이다. 협상보다 작성이 중요한 조항이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진술과 보장은 실사 결과의 요약이 아니라 위험을 배분하는 장치다. 범위가 넓을수록 회사가 위험을 진다.
  • 위반에는 회사가 몰랐다는 사정이 원칙적으로 변명이 되지 않는다.
  • 돈이 들어오기 전에 드러나면 납입 거부와 해제, 들어온 뒤에 드러나면 손해배상으로 간다.
  • 실사에서 구두로 한 답변까지 진술과 보장의 대상이다. 그러나 말로 알렸다는 사실이 면책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 상대방이 알고도 나중에 청구하는 것을 샌드배깅이라 한다. 막으려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항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
  • 예외는 반드시 공개목록에 적어야 한다. 빠뜨리면 누락이 아니라 허위가 된다.
  • 자본구조 진술에는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모든 것을 적는다. 스톡옵션, 전환사채, 조건부지분인수계약까지.
  • 진술과 보장 목록에 장래의 의무가 섞여 있으면 자리를 옮기거나 문구를 정리한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투자계약서(SPA) 별지2 제3장 (이해관계인에 관한 사항) 제14조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에 대해 본 별지의 진술과 보장 사항이 본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모두 진실되고 거짓이 없음을 보장하고, 나아가 동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이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이해관계인은 이로 인해 투자자가 입게 되는 모든 손해, 손실 및 비용을 본 계약에 따라 회사와 함께 배상 또는 보상한다.
제15조 이해관계인은 위 제14조에 추가해 다음 사항에 대해 진술하고 보장한다.
① 이해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회사의 주식은 첨부하는 주주명부의 기재와 같고, 이해관계인은 이를 자신의 계산으로 취득하였고 가장납입한 바가 없다.
② 위 주주명부는 이해관계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들의 이름, 관계 및 그 소유 주식 수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③ 이해관계인이 본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이행함에 있어 법령상 또는 계약상의 제한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④ 이해관계인은 본 계약 체결일 현재 회사의 주주 또는 종업원으로서의 지위와 관련해 제3자와 분쟁을 하고 있지 아니한다.
제16조 이해관계인은 본 진술과 보장 사항에 영향을 미칠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즉시 투자자에게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4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