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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계약 읽기(6) 전환권과 리픽싱의 계산법

김수연 변호사 · 2026.07.24

내려가는 선과 늘어나는 블록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시리즈 A를 주당 1만 원에 받았다. 1년 뒤 시장이 식었고, 시리즈 B는 주당 5천 원에 받게 되었다. 기업가치가 절반이 된 것이다.

창업자 지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새 주식이 발행되니까. 그런데 줄어드는 폭은 새 투자자가 가져가는 만큼이 아니다. 시리즈 A 투자자의 지분도 함께 늘어난다.

그 계산을 해보는 것이 이번 편이다.

◆◆◆

전환권은 회사가 거절할 수 없다

우선주에 붙은 두 번째 권리는 전환권이다.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는 권리다.

왜 바꾸는가. 우선주가 유리해 보이지만, 회사가 잘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배당이나 우선분배는 정해진 금액이고, 회사 가치가 크게 오르면 그 금액보다 지분으로 갖는 편이 훨씬 낫다. 상장할 때도 보통주여야 한다. 그래서 잘되는 회사에서는 투자자가 전환권을 쓴다.

전환권은 형성권이다. 투자자가 청구하면 그것만으로 효력이 생기고 회사는 거절할 수 없다. 상법은 전환주식의 주주가 전환을 청구한 때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해 두었다.

여기서 하나 짚어 둘 것이 있다. 상법은 전환권을 투자자가 가질 수도 있고 회사가 가질 수도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회사가 전환을 청구하는 형태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실무에서 회사가 전환권을 갖는 계약서는 거의 없다. 투자자 대부분이 펀드인데, 회사가 마음대로 전환하거나 상환할 수 있으면 펀드의 포트폴리오 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협의로 얻어 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 전환가격을 다시 계산하나

문제는 전환 비율이다. 우선주 1주가 보통주 몇 주가 되는가.

원칙은 1대 1이다. 그런데 투자한 뒤에 회사가 더 싼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처음 투자자는 비싸게 산 셈이 된다. 주당 1만 원에 샀는데 1년 뒤 누군가 5천 원에 샀다면 같은 돈으로 두 배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환가격을 내려 준다. 전환가격이 내려가면 같은 투자금으로 더 많은 보통주를 받는다. 투자자의 지분이 회복되고, 그만큼 창업자의 지분이 줄어든다. 이것을 리픽싱, 또는 희석방지(Anti-dilution) 조항이라 부른다.

얼마나 내려 주느냐가 이 조항의 전부다.

세 가지 방식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투자계약서(SPA) 별지1 전환에 관한 사항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 전에 회사가 발행한 신주의 발행가액,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그 당시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경우,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가액은 다음 산식에 따라 조정한다. 단, (i) 투자자가 동의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 (ii) 기존 발행된 전환증권의 전환∙행사 및 (iii) M&A에 따른 신주발행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조정후 전환가격 = 조정전 전환가격 × (A + B) / (A + C)

A: 신주 발행 직전 발행주식 총수
[(i) 발행된 보통주, (ii) 발행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가정 주식수, (iii)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전환/행사 가능 증권의 전환/행사 가정 주식수를 포함하여 산정한다.]
B: 신주 발행으로 회사에 납입된 주금총액 ÷ 조정전 전환가격
C: 신주 발행주식수

계약서는 이 값을 조문 앞부분에서는 전환가액, 산식에서는 전환가격이라 부른다. 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산식이 가중평균방식이다. 그리고 A를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다시 갈린다. 스톡옵션이나 전환사채처럼 아직 주식이 아닌 것까지 다 세면 Broad-based, 실제 발행된 보통주만 세면 Narrow-based다.

여기에 산식을 아예 쓰지 않는 방식이 하나 더 있다. 새 발행가와 똑같이 맞춰 버리는 Full Ratchet이다. 1만 원짜리를 5천 원에 발행했으니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도 5천 원으로 내린다. 단 한 주만 싸게 발행해도 전액이 그 가격으로 조정된다.

국내 실무는 오랫동안 Full Ratchet이 표준이었다. 2026년 개정판은 이를 가중평균방식으로, 그중에서도 조정 폭이 가장 작은 Broad-based로 바꾸어 권고안에 담았다.

숫자로 해보면

조건을 잡아 보자.

창업자가 보통주 4만 주를 갖고 있다. 시리즈 A 투자자가 주당 1만 원에 우선주 1만 주를 인수했다(투자금 1억 원). 발행주식총수는 5만 주다. 이 시점 창업자 지분은 80퍼센트다.

이제 시리즈 B가 들어온다. 주당 5천 원에 2만 주, 역시 투자금 1억 원이다.

먼저 Broad-based 가중평균방식으로 계산한다.

  • A는 신주 발행 직전 발행주식 총수이므로 5만 주
  • B는 납입된 주금총액을 조정전 전환가격으로 나눈 값이므로 1억 ÷ 1만 원 = 1만 주
  • C는 신주 발행주식 수이므로 2만 주

조정후 전환가격 = 10,000 × (50,000 + 10,000) ÷ (50,000 + 20,000) = 8,571원

시리즈 A 투자자는 1억 원을 8,571원으로 나눈 만큼, 즉 약 1만 1,667주를 받는다. 조정 전 1만 주였으니 1,667주가 늘었다.

세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방식 조정후 전환가격 A투자자 주식 수 창업자 지분
조정 없음 10,000원 10,000주 57.1%
Broad-based 8,571원 11,667주 55.8%
Narrow-based 8,333원 12,000주 55.6%
Full Ratchet 5,000원 20,000주 50.0%

다운라운드 전 80퍼센트였던 창업자 지분은, 조정이 없어도 57.1퍼센트로 떨어진다. 새 주식이 발행되니 어쩔 수 없다. 여기서 Full Ratchet은 50퍼센트까지, Broad-based는 55.8퍼센트까지 깎는다. 두 방식의 차이가 5.8퍼센트포인트다.

이 숫자는 다운라운드 폭이 클수록, 그리고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벌어진다. 시리즈 C, D를 거치며 매번 Full Ratchet이 작동하면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는 구간에 들어간다.

Narrow-based가 Broad-based보다 조정 폭이 큰 이유도 표에서 보인다. 분모에 세는 주식이 적을수록 전환가격이 더 공격적으로 내려간다.

조정하지 않는 경우 세 가지

싸게 발행한다고 항상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표준계약서는 예외를 셋 둔다.

투자자가 동의한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보통 낮게 잡히는데, 이것까지 조정 사유가 되면 직원에게 주식을 줄 때마다 투자자 지분이 늘어난다. 회사 입장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외다.

이미 발행된 전환증권의 전환이나 행사. 전에 발행한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는 것은 새로 싸게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M&A에 따른 신주 발행.

IPO 공모단가에 걸린 조항

조정 사유는 다운라운드만이 아니다. 상장할 때도 하나 걸려 있다.

공모단가의 70퍼센트가 그 시점의 전환가격보다 낮으면, 전환가격을 그 70퍼센트 금액으로 내린다는 조항이다. 상장 직전에 전환가격이 한 번 더 떨어지고 투자자 주식 수가 늘어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시점에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하려는 장치다. 70퍼센트라는 숫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협의 사항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조항이 발동할 가능성과 조정 폭이 줄어든다.

수권주식이 모자라면

전환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보통주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 그런데 정관에 정해 둔 발행예정주식총수, 즉 수권주식의 한도를 넘으면 발행할 수 없다.

표준계약서는 회사가 전환에 필요한 만큼을 미리 남겨 두도록 하고, 모자라면 지체 없이 늘리도록 정한다. 수권주식을 늘리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고,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급할 때 하려면 늦는다. 발행주식총수의 서너 배는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실무다.

전환이 끝나면 등기도 해야 한다. 2주 안에 변경등기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고, 계약 위반도 된다. 과태료는 회사가 아니라 대표이사 개인에게 부과된다.

보통주가 되어도 권리는 남는다

마지막으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하나 있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뀌면 우선배당권이나 우선분배권은 사라진다. 주식의 내용이 달라졌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주주 간 계약서에 적힌 권리는 그대로 남는다. 사전동의권, 보고받을 권리, 주식 처분에 관한 제한 같은 것들이다.

표준계약서는 이를 명시한다. 전환 이후에도 투자자는 종류주식의 내용을 제외하고 회사와 창업자에 대해 갖는 계약상 권리를 그대로 보유한다고. 2편에서 본 분리형 구조가 여기서도 작동한다. 주식의 내용은 SPA에, 사람들 사이의 약속은 SHA에 있으니 앞의 것만 바뀐 것이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7편에서는 우선주의 세 번째 권리인 상환권을 본다. 빚처럼 느껴지는데 왜 빚이 아닌지, 그리고 어떤 조항이 붙으면 정말 빚이 되는지를 다룬다.

◆◆◆

협상 테이블에서

전환권과 리픽싱은 계약서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 하는 조항에 든다. 창업자 지분이 실제로 깎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픽싱 자체를 없애자는 요구는 통하지 않는다. 기업가치를 정확히 매기기 어려운 초기 기업에 투자자가 돈을 넣을 수 있는 것은 나중에 조정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다. 다툴 지점은 제도의 존폐가 아니라 범위와 공정성이다.

Broad-based 가중평균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다. 개정판이 이미 이 방식을 권고안으로 채택했으므로, 상대방이 Full Ratchet을 요구하면 표준과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쪽이 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에도 전환비율 조정 산식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고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환가격에 하한을 두는 협의도 가능하다. 상법상 액면가 미만으로는 조정할 수 없으므로 그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법이 정해 둔 하한이고, 그보다 높은 선에서 별도 하한을 합의할 수 있다.

스톡옵션 예외는 반드시 확보한다. 권고안에도 반영되어 있지만 문구가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IPO 연동 비율과 수권주식 한도도 함께 본다. 공모단가의 몇 퍼센트로 할지, 정관에 발행예정주식총수를 얼마나 남겨 둘지다.

그리고 계약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야 한다. 기업가치가 절반이 되면, 3분의 1이 되면 지분이 어떻게 되는지. 위의 표를 자기 회사 숫자로 다시 그려 보는 것이 협상 전에 할 일이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전환권은 형성권이다. 투자자가 청구하면 회사는 거절할 수 없다.
  • 리픽싱은 투자 후 더 싼 가격에 신주가 발행될 때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내려 주는 조항이다.
  • 국내 관행이던 Full Ratchet은 새 발행가와 똑같이 맞추는 방식이고, 개정판은 Broad-based 가중평균방식을 권고한다.
  • 같은 다운라운드에서 창업자 지분이 Full Ratchet은 50퍼센트, Broad-based는 55.8퍼센트로 갈린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격차는 커진다.
  • 조정하지 않는 예외가 셋 있다. 투자자 동의 스톡옵션, 기존 전환증권의 전환·행사, M&A 신주발행.
  • IPO 공모단가의 70퍼센트 조항이 상장 직전에 한 번 더 작동한다. 이 비율은 협의 사항이다.
  • 수권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서너 배를 미리 확보한다. 정관 변경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 전환 후 2주 안에 변경등기를 해야 한다. 과태료는 대표이사 개인에게 부과된다.
  • 보통주로 바뀌어도 주주 간 계약서상의 권리는 그대로 남는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투자계약서(SPA) 별지1 제8항 제3호 (전환 조건) 발췌 1. 본건 종류주식 1주의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되는 보통주식 수(이하 "전환비율")는 1주이며, 보통주식의 발행가액(이하 "전환가액")은 본건 종류주식의 1주당 발행가액으로 한다.
2. (전환가액 조정 산식 및 예외 3가지)
3. 무상증자, 주식배당 등: 준비금의 자본전입을 통하여 무상증자를 하거나 주식배당을 통하여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조정후 전환가격 = 조정전 전환가격 × (조정전 발행주식 총수) ÷ (조정후 발행주식 총수)
4.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 전에 회사가 주식을 분할 또는 병합하는 경우 전환비율은 그 분할 또는 병합의 비율에 따라 조정된다. 단주의 평가는 주식의 분할 또는 병합 당시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5.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 전에 회사가 무상감자를 하는 경우 전환비율은 그 감자의 비율에 따라 조정한다. 단, 경영과실 등의 사유로 특정 주주에 대해서만 차등적으로 무상감자를 하는 경우에는 전환비율을 조정하지 않는다.
6. 회사의 IPO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그 당시의 본건 우선주식의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경우,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가액을 회사의 IPO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조정한다.
7. 회사가 타사와 합병 시 교환비율 산정을 위한 평가가액이 그 당시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가격을 하회하는 경우,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가격을 그 평가가액으로 조정한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투자계약서(SPA) 별지1 제8항 제4항·제7항 ④ 회사는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 전까지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이하 "수권주식")에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으로 발행가능한 주식수를 유보하여야 한다. 만약, 회사의 잔여 수권주식 수가 본건 종류주식의 전환으로 발행가능한 주식수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수권주식 수를 증가시켜야 한다.
⑤ 전환주식의 발행, 전환의 청구, 기타 전환에 관한 사항은 상법 제346조 내지 제351조의 규정에 따른다. 단, 전환권을 행사한 종류주식 및 전환으로 발행된 신주의 배당에 관하여는 그 청구가 속하는 영업연도의 직전 영업연도 말에 전환된 것으로 본다.
⑦ 본조에 의한 본건 종류주식의 보통주식으로의 전환 이후에도 투자자는 본 <별지1>의 본건 종류주식의 내용을 제외하고 회사 및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가지는 본 계약 상의 권리를 그대로 보유한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6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