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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계약 읽기(8) 동의 없이 한 결정은 무효인가

김수연 변호사 · 2026.07.28

빈 의자가 있는 회의 테이블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핵심 인력을 붙잡으려면 스톡옵션을 줘야 한다.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를 열어 부여를 결의했다. 절차는 상법대로 밟았다.

그런데 주주 간 계약서를 다시 보니 스톡옵션 부여가 투자자 사전동의 사항이다.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그 결의는 무효가 되는가. 회사는 무엇을 각오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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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동의를 받아야 하나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5조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 및 협의권) ①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해 투자자에게 각 사항의 시행일로부터 2주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한 뒤 각 사항의 시행일의 전일까지 투자자로부터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 단, 투자자의 서면동의는 본 계약의 투자자의 의결권 주식 총수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있는 경우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
1. 정관의 변경
2. 자본의 증감, 주식관련사채의 발행,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3. 회생신청, 파산신청, 해산, 청산, 합병, 분할, 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이전, 영업양수도, 타회사의 인수, 경영임대차, 위탁경영 기타 회사조직의 근본적인 변경
4. 계열회사, 임직원, 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5.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의 국내외 회사 설립 또는 다른 회사의 50% 이상 지분 취득
②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해 투자자와 사전에 협의하고 투자자에게 업무처리에 따른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1. 대표이사의 선임 및 해임
2. 건당 전년도 자산총계의 [5]% 이상 또는 연간 누계액 기준 전년도 자산총계의 [10]% 이상의 규모에 해당하는 자산의 취득 및 처분, 투자, 자금대여, 담보 제공, 보증, 신규 자금차입 또는 채무의 부담
3. 각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전년도 급여와 비교해 [20]% 이상 상승하는 경우
4. 본건 투자 당시 사업계획에 명시한 것과 현저히 다른 사업에 착수하거나, 주요 사업의 중단, 포기
5. 외부감사인의 선임 및 변경

동의를 받아야 할 다섯 가지를 하나씩 보면 이렇다.

정관 변경. 수권주식을 늘리는 것도 여기 들어간다. 6편에서 본 전환권 행사에 대비해 발행예정주식총수를 늘리려 해도 동의가 필요하다.

자본의 증감, 주식관련사채 발행, 스톡옵션 부여. 새로 투자를 받는 것,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이 모두 여기 걸린다.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고 사람을 붙잡는 두 가지 수단이 다 동의 대상이다.

회사 구조의 근본적 변경.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다른 회사 인수 같은 것들이다. 회생이나 파산 신청도 포함된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대표가 지분을 가진 다른 회사와 거래하거나, 임직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다.

회사 설립과 지분 취득. 자회사를 세우거나 해외법인을 만들 때, 다른 회사 지분을 절반 넘게 살 때다.

절차도 정해져 있다. 시행일 2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고, 시행일 전날까지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급하게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동의와 협의는 다르다

제2항의 다섯 가지는 성격이 다르다. 동의가 아니라 협의다.

동의는 상대방이 좋다고 해야 넘어간다. 거부하면 못 한다. 사실상 거부권이다.

협의는 의견을 나누면 된다. 의사가 합치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가 반대해도 회사는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진행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항목이 어느 쪽에 들어가느냐가 회사의 자율성을 크게 좌우한다.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이 협의 사항이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 동의 사항이었다면 투자자가 대표를 바꾸는 것도 막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협의도 아무렇게나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표준계약서는 협의를 3회 이상 거치지 않고 진행한 경우를 주식매수청구권 발생 사유로 두고 있다. 협의를 안 한 것과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다르다.

동의 없이 한 결정은 무효인가

첫머리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결의 자체는 무효가 되지 않는다.

사전동의권은 계약상 권리다. 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약속이지 회사법이 정한 절차가 아니다. 상법이 요구하는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를 제대로 거쳤다면 그 결의는 유효하고, 그에 따라 부여된 스톡옵션도 유효하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계약을 어겼다고 회사가 한 행위가 뒤집히면 그 회사와 거래한 사람들이 다칠 수 있다. 3편과 5편에서 본 것과 같은 문제다. 회사법은 회사를 단체로 보고 거래의 안전을 우선한다.

그러나 계약 위반은 성립한다. 그리고 여기서 따라오는 것이 실질적인 부담이다.

민법상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 여기에 계약서가 정한 것들이 붙는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사유, 위약벌 부과 사유, 상환권이 있다면 조기 상환청구 사유다. 투자자는 이 조항들을 한꺼번에 꺼낼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결의는 살아남고 회사가 돈을 문다. 그것도 손해액이 아니라 계약서가 미리 정해 둔 금액으로 문다. 그 계산은 10편에서 다룬다.

이 조항은 언제나 유효한가

투자자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갖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없는가. 다투어진 적이 있고, 결론이 회사에 유리하게 난 사건도 있다.

출발점은 주주평등의 원칙이다.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주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다만 대법원은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을 따랐거나 차등취급을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될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판단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무효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사전동의권을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위약벌이 발생하도록 한 약정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0715 판결).

무효로 본 논거를 뒤집어 읽으면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가 보인다. 소수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주면서 위반 시 위약벌까지 붙이는 구조가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동의권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점, 그리고 그런 차등을 정당화할 만한 투자 유치의 불가피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의권 조항이 언제나 유효한 것도 언제나 무효인 것도 아니다. 범위가 넓고 제재가 무거우며 정당화할 사정이 약할수록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회사가 실무에서 취할 태도는 분명하다. 나중에 무효를 다투는 쪽에 기대기보다 동의 절차를 빠뜨리지 않는 편이 낫다. 무효 여부는 소송으로 몇 년을 다투어야 알 수 있고, 그동안 회사는 위약벌과 매수청구를 함께 감당해야 한다.

만장일치에서 3분의 2로

제1항 단서에 이번 개정의 핵심이 들어 있다. 투자자의 의결권 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전원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투자자마다 각각 동의권을 가졌다. 시리즈 A, B, C를 받은 회사라면 모든 투자자의 도장을 다 받아야 했다. 한 명만 반대해도 못 한다. 사실상 만장일치다.

지분이 3퍼센트인 투자자가 반대해서 회사가 합병을 못 하는 상황이 생긴다. 연락이 닿지 않는 투자자가 있어도 같은 결과가 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사전동의권 행사 방식을 개별 동의에서 집합적 동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는 이미 그렇게 한다. 미국은 라운드별 주요 투자자가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에서 사전동의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싱가포르는 주주 간 계약으로 라운드별 투자자 과반 동의를 요건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것이 2편에서 본 분리형 체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집합적 동의는 여러 투자자를 하나의 문서에서 묶어야 작동한다. 계약서가 라운드마다 따로 있으면 각자의 동의권이 각자의 문서에 남아 결국 만장일치로 돌아간다.

집합적 동의를 설계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전원 동의로 할지 과반이나 특별다수로 할지, 시리즈별로 나눌지 리드 투자자에게 맡길지. 다수를 셀 때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할지 우선주 수를 기준으로 할지도 정해야 한다. 표준계약서는 그중 의결권 주식 총수의 3분의 2를 기본으로 삼았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9편에서는 주식의 처분을 본다. 창업자는 언제부터 주식을 팔 수 있는지, 투자자는 어떤 경로로 나가는지, 그리고 회사를 팔 때 누구의 동의가 필요한지를 다룬다.

◆◆◆

협상 테이블에서

이 조항은 계약서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자리에 든다. 투자계약 분쟁의 상당수가 동의권 위반에서 나온다.

다만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 개정판은 과거 계약서에 비해 동의 대상을 대폭 줄였고 집합적 동의를 기본으로 삼았다. 실무에서 오가는 계약서가 이보다 강한 형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표준안을 기준으로 삼자고 하는 것 자체가 회사에는 유리한 협상이다.

회사가 조정을 시도할 지점은 셋이다.

동의를 협의로 옮기는 것. 동의 사항이 많을수록 회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항목마다 거부권까지 줄 일인지 의견을 듣는 것으로 충분한지를 따져 볼 수 있다.

금액이나 규모의 기준을 세우는 것. 일정 한도를 넘는 경우에만 동의를 받도록 정하는 방식이다. 협의 사항의 기준이 전년도 자산총계의 몇 퍼센트로 되어 있는데, 초기 기업은 자산총계 자체가 작아서 웬만한 거래가 다 걸린다. 이럴 때는 비율 대신 정액 기준으로 바꾸는 협의가 가능하다.

예외를 명시하는 것. 동의 대상에서 빼는 항목을 따로 적어 두는 방식이다. 투자자의 인수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존 투자자에게 불리할 것이 없으니 동의 사항에서 제외하자고 할 수 있다. 스톡옵션도 발행주식총수의 10퍼센트 이내에서는 별도 동의 없이 부여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가 정하고 있으니, 그 문구가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계약을 맺은 뒤에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사내 결재 절차에 동의 절차를 심어 두는 것이다. 동의를 빠뜨리는 일은 대개 악의가 아니라 급해서 생긴다. 정관 변경이나 스톡옵션 부여 안건이 올라올 때 자동으로 투자자 통지 항목이 뜨게 해 두면 대부분 막을 수 있다. 2주 전 통지라는 요건 때문에 일정도 미리 잡아야 한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동의 사항은 다섯이다. 정관 변경, 자본 증감과 스톡옵션 부여, 회사 구조의 근본적 변경, 특수관계인 거래, 회사 설립과 지분 취득.
  • 시행일 2주 전 서면 통지, 시행일 전날까지 서면동의가 요건이다. 급하게 결정할 수 없다.
  • 동의는 상대방이 좋다고 해야 넘어가지만, 협의는 의견을 나누면 된다. 반대해도 진행할 수 있다.
  • 다만 협의를 3회 이상 거치지 않고 진행하면 주식매수청구권 발생 사유가 된다.
  • 동의 없이 한 결의라도 상법상 절차를 밟았다면 그 효력은 유지된다. 다만 계약 위반은 성립한다.
  • 따라오는 것은 손해배상,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조기 상환청구다. 결의는 살아남고 회사가 돈을 문다.
  • 사전동의권 약정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 범위가 넓고 제재가 무거울수록 그 가능성이 커진다.
  • 개정판은 의결권 주식 총수의 3분의 2로 전원 동의를 갈음한다. 한 명의 반대로 회사가 멈추던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 협의 사항의 기준이 자산총계 비율로 되어 있으면 초기 기업에는 너무 낮다. 정액 기준으로 바꾸는 협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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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5조 제1항 제4호·제5호 4. 계열회사(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의함), 임직원, 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의함)과의 거래
5.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의 국내외 회사 설립 또는 다른 회사의 50% 이상 지분 취득
법률 ·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8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