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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계약 읽기(9) 창업자는 주식을 팔 수 없다

김수연 변호사 · 2026.07.30

빛이 새어 나오는 문과 종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창업한 지 6년이 지났다. 회사는 자리를 잡았고 지분 가치도 올랐다. 개인적으로 목돈이 필요해 보유 주식 중 일부를 팔기로 한다.

계약서를 펴 보면 그럴 수 없다. 투자자의 서면동의를 먼저 받아야 하고, 동의를 받아도 바로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계약서 바로 앞 조항에는 투자자가 자기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

한쪽은 자유롭고 한쪽은 묶여 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2조·제13조 제12조 (투자자의 주식 처분)
① 투자자는 각 신주인수계약서에 의해 인수한 주식을 포함하여 각 신주인수계약서의 거래완결일 이후 투자자가 보유하게 된 회사의 주식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다. 회사는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처분 주식의 명의개서 등 처분에 따른 권리이전에 필요한 절차를 즉시 이행하여야 한다.
② 투자자가 제1항에 따라 주식의 처분을 위하여 회사 IR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회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제13조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①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처분(양도, 이전, 매각, 담보제공 등) 또는 주식 처분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의 체결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본조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이해관계인은 주식을 양수하는 제3자로 하여금 본 계약에 따른 이해관계인의 권리의무 일체를 승계하도록 하여야 한다.

두 조항이 나란히 붙어 있다. 투자자는 자유롭게 처분하고 회사가 명의개서까지 도와줘야 한다. 창업자는 동의 없이는 처분하지 못한다.

여기서 처분은 파는 것만이 아니다.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 은행에서 개인 대출을 받으면서 보유 주식을 담보로 넣는 것도 동의 사항이다. 처분 의무를 지는 계약을 맺는 것 자체도 안 된다. 나중에 팔기로 약속만 해도 위반이다.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

투자자는 사업 모델을 보고 투자하기도 하지만,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의 역량과 태도를 믿고 돈을 넣었는데 투자자가 회수하기도 전에 창업자가 먼저 빠져나가면 투자의 전제가 무너진다. 그래서 창업자를 회사에 붙들어 두는 장치가 계약서에 들어간다.

거의 모든 투자계약서에 있고 투자자가 잘 양보하지 않는 조항이다.

동의를 받아도 끝이 아니다

동의를 받았다고 하자. 그다음에도 관문이 두 개 남아 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4조 (투자자의 우선매수권 및 공동매도참여권) ① 이해관계인이 회사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하여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하 "우선매수권")와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비율에 따라 함께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이하 "공동매도참여권")를 보장해야 한다.
② 이해관계인이 회사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이해관계인은 양도하고자 하는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 양도 또는 이전하고자 한다는 요지의 취지, 해당 제3자의 신원, 양도주식 수, 주당 양도가액, 양도예정일 기타 양도의 주요 조건을 명시해, 양도예정일로부터 [20]일 이전에 투자자에게 서면 통지해야 한다.
③ 투자자는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이해관계인에게 제1항의 우선매수권 또는 공동매도참여권 행사 여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한 경우 주식을 매수하려는 자의 정보, 공동매도참여권을 행사하기로 선택한 경우 공동 매도하고자 하는 주식의 종류와 수량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④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에게 본 조에 따른 우선매수권과 공동매도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회사의 주식을 일부라도 처분해서는 아니된다.
⑤ 투자자가 본 조에 의한 우선매수권 및 공동매도참여권을 행사하지 않고, 전조에 따른 주식 처분을 동의한 경우 이해관계인은 제2항에 따라 통지한 조건 범위 내에서만 주식을 처분할 수 있고, 조건이 변경되는 경우 다시 전조와 본 조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⑥ 다수의 투자자가 우선매수권 또는 공동매도참여권을 행사함에 따라 투자자 간에 권리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해당 투자자 및 이해관계인의 지분비율대로 안분해 거래하기로 한다.

우선매수권은 창업자가 팔려는 주식을 투자자가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사겠다고 나설 수 있는 권리다. 영어로는 Right of First Refusal이라 한다. 먼저 거절할 권리라는 뜻인데, 뒤집으면 먼저 살 권리다.

공동매도참여권은 창업자가 파는 그 거래에 투자자도 자기 주식을 끼워 파는 권리다. 태그얼롱(Tag-along)이라 부른다. 창업자의 주식에 ‘붙여서’ 함께 판다는 뜻이다.

두 권리는 방향이 반대다. 하나는 사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이 팔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는 통지를 받은 뒤 셋 중 하나를 고른다. 우선매수권을 쓰거나, 공동매도참여권을 쓰거나, 둘 다 안 쓰거나.

창업자가 좋은 조건에 팔 수 있는 시점은 대개 회사 가치를 인정받는 시점이다. 태그얼롱은 그때 투자자도 함께 나가게 해 주는 장치다.

절차는 이렇게 흐른다. 양도예정일 20일 전까지 창업자가 상대방 신원, 주식 수, 주당 가격, 예정일을 적어 통지한다. 투자자는 20일 안에 답한다. 투자자가 아무 권리도 쓰지 않으면 그때 통지한 조건 범위 안에서만 팔 수 있다.

조건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매수자가 값을 깎자고 해서 주당 가격을 낮추면 동의부터 다시 받는다.

어겼을 때

절차를 건너뛰고 팔았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 매매 자체는 무효가 되지 않는다.

법원은 주주들 사이의 주식양도 제한 약정이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그것은 채권적 약정에 그치므로, 공시할 방법이 없는 이상 주식을 사 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회사도 그 약정을 들어 양도가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명의개서를 거부할 수 없다.

8편에서 본 것과 같은 구조다. 계약을 어긴 책임과 행위의 효력은 별개다. 주식을 산 제3자는 유효하게 주주가 되고, 창업자는 계약 위반의 책임을 진다.

다만 예외가 둘 있다.

하나는 정관에 이사회 승인 요건이 있는 경우다. 계약이 아니라 정관으로 주식 양도에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정해 두었다면, 승인 없는 양도는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다. 상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다. 계약상 제한과 정관상 제한은 효력의 범위가 다르다.

다른 하나는 제3자가 적극 가담한 경우다. 창업자가 계약을 어긴다는 사정을 알면서 제3자가 그 위반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주식을 사 갔다면, 그 양도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다.

그 책임이 무겁다. 표준계약서는 이 조항을 어긴 경우에 가중된 위약벌을 물린다. 투자금의 12퍼센트와 매매대금의 50퍼센트 중 큰 금액이다. 주식을 5억 원에 팔았다면 2억 5천만 원이 위약벌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주식매수청구권이 함께 온다.

드래그얼롱은 표준안에서 빠졌다

방향이 반대인 권리가 하나 더 있다. 동반매도요구권, 드래그얼롱(Drag-along)이다.

투자자가 자기 주식을 팔면서 창업자 주식까지 함께 팔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태그얼롱이 ’나도 끼워 달라’면 드래그얼롱은 ’너도 같이 나가라’다. 회사를 통째로 매각할 때 소수 지분 때문에 거래가 막히는 것을 막는 장치다.

2026년 표준계약서는 이 조항을 두지 않는다.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다고 보아 선택 사항으로만 남겨 두었다. 국내 벤처투자에서 그동안 잘 쓰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시드나 시리즈 A, B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고 시리즈 C 이후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드래그얼롱이 일반적으로 들어가되 발동 요건이 까다롭다. 우선주 주주 과반, 이사회 승인, 보통주 주주 과반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행사할 수 있는 식이다. 특정 투자자가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창업자에게 독소조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국내 계약서에 드래그얼롱이 들어온다면 이 발동 요건을 함께 봐야 한다. 조항의 존재보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지가 실질이다.

상장은 의무인가

회수 경로의 다른 한 축이 상장이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1조 (기업공개 및 M&A에 관한 사항) ①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회사의 주권이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 또는 등록(이하 "기업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회사가 기업공개 요건을 사실상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공개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투자자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기업공개를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다.
②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다른 법인으로부터의 인수·합병의 제의가 있는 경우 투자자와 협의하여 인수·합병의 협의에 최대한의 성실한 자세로 임하여야 한다.

노력할 의무다. 언제까지 상장하라는 기한이 없고, 못 하면 위반이라는 문구도 없다.

다만 뒷문장이 붙어 있다. 요건을 사실상 충족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투자자가 근거를 제시해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다. 회사가 상장할 수 있는데도 미루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상장’의 범위다. 조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적고 있는데 코넥스가 포함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다른 하나는 적격 상장의 기준이다. 투자자가 별도 조항에서 일정 기한 안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그것이 드래그얼롱이나 상환권의 발동 사유로 연결되기도 한다.

M&A는 성실히 협의할 의무다.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 투자자와 협의하라는 것이지 팔라는 것이 아니다.

계약은 언제 끝나나

마지막으로 볼 것은 이 모든 의무가 언제 사라지는가다.

표준계약서는 두 가지를 정한다. 회사가 상장하거나,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이 처음 인수한 주식의 10퍼센트 미만이 되면 그 투자자에 대해 계약이 끝난다.

뒤쪽 기준이 낮다. 투자자가 지분을 90퍼센트 넘게 팔고 10퍼센트도 안 남을 때까지 회사는 그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미 대부분 회수한 투자자에게 계속 거부권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기준을 25퍼센트나 50퍼센트로 올리자고 협의할 수 있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10편에서는 계약을 어겼을 때 실제로 얼마를 무는지 계산한다.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지연배상금이 어떻게 쌓이는지, 그리고 왜 위약벌은 법원이 깎아 주지 않는지를 다룬다.

◆◆◆

협상 테이블에서

창업자의 주식 처분 제한과 우선매수권·공동매도참여권은 투자자가 잘 양보하지 않는 조항이다. 특히 뒤의 두 권리는 벤처투자의 성격상 투자자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축에 든다. 조항 자체를 빼자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팔 계획이 있다면 계약 단계에서 말해야 한다. 창업자가 일부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미리 있다면 그 시기와 범위를 협의해 특약으로 넣어 두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계약을 맺은 뒤에 개별 건마다 동의를 구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양수인의 의무승계 요건도 확인한다. 동의를 받아 팔더라도 사는 사람이 계약상 창업자의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이어받아야 한다. 실무에서는 의무승계확인서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동의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간은 조정할 수 있다. 통지 20일, 행사 20일이 예시 숫자다. 회사 사정에 따라 협의할 수 있다.

상장 관련 조항은 셋을 본다. 노력의무 형태를 유지하는 것, 투자자의 상장 요구권 발동 요건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상장의 범위에 코넥스가 들어가는지 정리하는 것이다.

계약 종료 기준은 올린다. 10퍼센트 미만이라는 기준을 25에서 50퍼센트 사이로 올리거나, 인수한 주식이 아니라 회사 발행주식총수를 기준으로 바꾸는 방식이 있다.

투자자가 여럿이면 절차가 급격히 무거워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라운드가 쌓일수록 동의를 받을 상대가 늘고, 우선매수권과 공동매도참여권을 각자 행사하면 지분비율대로 안분 계산까지 해야 한다. 8편에서 본 집합적 동의 구조를 이 조항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보는 편이 낫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투자자는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하고 회사가 명의개서를 도와야 한다. 창업자는 사전 서면동의 없이 처분하지 못한다.
  • 여기서 처분에는 담보 제공과 처분 의무를 지는 계약 체결도 들어간다.
  • 동의를 받아도 두 관문이 남는다. 투자자가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 그리고 그 거래에 함께 낄 수 있는 공동매도참여권이다.
  • 통지 20일, 행사 20일이 절차다. 조건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 절차를 어기고 판 경우에도 제3자에 대한 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지 않는다. 계약상 제한은 채권적 효력에 그치기 때문이다.
  • 예외가 둘 있다. 정관에 이사회 승인 요건이 있으면 승인 없는 양도는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고, 제3자가 위반에 적극 가담했다면 그 양도가 무효가 될 수 있다.
  • 그 책임은 투자금의 12퍼센트와 매매대금의 50퍼센트 중 큰 금액이라는 가중 위약벌이다.
  • 드래그얼롱은 2026년 표준계약서에 없다. 들어온다면 발동 요건을 반드시 확인한다.
  • 상장은 노력할 의무다. 다만 요건을 충족하고도 미루면 투자자가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다.
  • 계약은 상장하거나 투자자 지분이 인수 주식의 10퍼센트 미만이 되면 끝난다. 이 기준은 올리는 협의가 가능하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9조 (계약의 종료) ① 본 계약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본건 신주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전환권을 행사하여 보통주식으로 전환된 경우 보통주식 지분 포함)이 투자자가 인수한 본건 주식의 10% 미만이 된 경우 해당 투자자에 대하여 또는 회사가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경우 종료한다. 명확히 하자면, 본건 신주의 보통주식으로의 전환 여부는 본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② 전항의 계약 종료는 그 이전에 이미 발생한 권리·의무 및 손해배상청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9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