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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계약 읽기(10) 위약벌은 깎아주지 않는다

김수연 변호사 · 2026.08.01

기울어진 저울과 계산기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8편에서 본 대로, 사전동의를 빠뜨리고 한 결의라도 그 효력은 유지된다. 상법상 절차를 밟았다면 결의는 살아남는다.

대신 청구서가 온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다.

주식을 되사 가라는 청구, 손해를 물어내라는 청구, 그리고 벌금 성격의 청구가 함께 온다.

◆◆◆

세 갈래가 한꺼번에 온다

주주 간 계약서 제4장은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정한다. 조항이 네 개인데, 그중 셋이 돈에 관한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투자자가 자기 주식을 되사 가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7편의 상환권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상환권은 정해진 시점이 오면 쓸 수 있고, 매수청구권은 회사나 창업자가 계약을 어겼을 때 쓴다.

손해배상. 실제로 입은 손해를 물어내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가 손해액을 입증해야 해서 실무에서는 청구가 쉽지 않다.

위약벌. 손해가 있든 없든 무는 제재금이다. 계약을 지키게 만드는 압박 장치다.

이 셋은 함께 청구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가 “주식매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와는 별도로”라고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약서에 ’별도로’라는 문구가 있는 사안에서, 법원이 위약벌을 매수청구 대금과 나란히 인정한 예가 있다.

다만 그 사건에서 법원은 위약벌 전액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인수대금의 5퍼센트를 넘는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라고 보아 금액을 제한했다(서울고등법원 2024. 11. 6. 선고 2024나2002515 판결). 병과가 가능하다는 것과 청구한 금액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매수청구권: 얼마에 되사야 하나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5조 제3항 ③ 제1항 및 제2항의 주식매매 대금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다음 각 호 중 높은 금액으로 한다. 단, 인수주식 발행일부터 주식매매 대금 지급일까지 지급된 배당금이 있는 경우 이를 차감하기로 한다.
1. 주식 인수 당시의 1주당 발행가액 및 이에 대한 납입기일 다음날부터 주식매매 대금 지급일까지 연 12% 이율에 의한 금액의 합계액
2. 주식매수청구일을 기준으로 과거 [1]년간 있었던 회사 발행 주식의 거래 중 가장 높은 매매대금
3.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주식가치 평가기관에 의하여 평가된 1주당 본질가치

셋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첫 번째는 원금에 연 12퍼센트를 붙인 금액이다. 사실상 하한선이다. 회사가 성장하지 못했더라도 투자자는 최소한 이만큼을 받는다.

두 번째가 무서운 항목이다. 지난 1년간 회사 주식이 거래된 가격 중 가장 높은 것을 쓴다. 회사가 성장해서 시리즈 B를 높은 가격에 받았다면 그 가격이 기준이 된다. 잘될수록 물어야 할 금액이 커지는 구조다.

세 번째는 평가기관이 산정한 본질가치다.

투자자는 이 셋을 계산해 보고 가장 유리한 것을 고른다.

다만 회사는 못 살 수도 있다

회사를 상대로 한 매수청구에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주식 취득은 상법이 엄격하게 제한한다. 취득가액의 총액이 배당가능이익 계산에 준하는 한도를 넘지 못하고, 미리 주주총회 결의로 취득할 주식의 종류와 수, 가액의 한도, 기간을 정해야 한다. 7편에서 본 상환권과 같은 제약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한 가지 구분할 것이 있다. 상법에는 합병이나 영업양도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사 달라고 하는 제도가 따로 있고, 그 경우에는 자기주식 취득 제한의 예외가 인정된다. 여기서 말하는 매수청구권은 그것이 아니라 투자계약이 만들어 낸 계약상 권리다.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근거와 제약이 다르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매수청구는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계약을 어길 만큼 상황이 나쁜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자 개인에 대한 매수청구가 실질적인 무기가 된다. 개인에게는 자기주식 취득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구조가 11편에서 다룰 연대보증 문제와 이어진다.

위약벌은 깎아주지 않는다

이 편의 제목이자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계약을 어겼을 때 물기로 미리 정해 둔 돈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가 얼마인지 나중에 다투기 번거로우니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실제 손해를 대신하는 금액이므로, 이걸 받으면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리고 금액이 부당하게 많으면 법원이 알아서 깎을 수 있다. 민법이 그렇게 정해 두었다.

위약벌은 다르다. 손해를 메우는 돈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게 만드는 벌금이다. 손해배상과 별개이므로 둘 다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이 깎아 주는 규정이 없다.

먼저 하나 짚어야 한다.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만 적으면 법은 그것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그런 취지가 계약에 드러나야 한다. 이름표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위약벌로 인정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 차이를 분명히 했다. 위약벌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하는 것이어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손해배상액 예정의 감액 규정을 유추 적용해 액수를 줄일 수 없다고 보았다. 다만 의무를 강제해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해 벌이 과도하게 무거우면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무효는 감액과 다르다. 법원이 적당한 선으로 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따져 살리거나 죽이는 문제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당사자가 스스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빠져나가려는 것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단순히 금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라고 볼 일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계약서에 적힌 위약벌은 적힌 대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소송에서 깎아 달라고 다투기보다 계약 단계에서 금액을 정하는 편이 실질적이다.

표준계약서의 예시는 투자금의 12퍼센트다. 회사에 대해서도, 창업자에 대해서도 같은 비율이다.

주식을 함부로 팔면 더 문다

위약벌에는 가중되는 경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9편에서 본 주식 처분 위반이다. 창업자가 고의나 중과실로 동의 없이 주식을 팔았다면, 투자금의 12퍼센트와 처분해서 받은 매매대금의 50퍼센트 중 큰 금액을 문다. 좋은 조건에 몰래 팔아 차익을 챙긴 경우 그 차익을 사실상 회수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환을 방해한 경우다. 7편에서 본 준비금 감액 협력 의무를 창업자가 이행하지 않아 회사가 상환하지 못했다면, 상환의무가 인정되는 금액의 50퍼센트를 문다.

지연배상금이 얹힌다

마지막으로 붙는 것이 지연배상금이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7조 (지연배상금) 본 계약의 당사자가 본 계약에 따라 정해진 지급기일에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지체하는 경우, 해당 지급기일 다음날로부터 실제 지급일까지 미지급 금액에 대하여 연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연배상금으로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앞의 세 가지 모두에 붙는다. 매수대금이든 위약벌이든 손해배상금이든 제때 못 주면 그 금액에 이자가 붙는다.

표준계약서는 이 이율을 빈칸으로 두지 않고 연 12퍼센트로 적어 두었다. 상법이 정한 상사 법정이율은 연 6퍼센트이고 민법상 법정이율은 연 5퍼센트다. 법정이율의 두 배 수준이다. 계약서에 이율을 안 적으면 연 6퍼센트가 적용되므로, 이 조항은 이율을 두 배로 올리는 조항인 셈이다.

세 가지가 쌓이는 방식

정리하면 이렇게 쌓인다.

바닥에 매수청구 대금이 있다. 원금에 연 12퍼센트를 붙인 금액이 하한이고, 회사가 성장했다면 지난 1년 최고 거래가나 본질가치가 적용되어 그보다 커진다. 잘된 회사일수록 물어야 할 금액이 크다.

그 위에 위약벌이 얹힌다. 투자금의 일정 비율이고, 손해가 있든 없든 나간다. 주식을 무단 처분한 경우에는 매매대금의 절반까지 올라간다.

손해배상은 그와 별도다. 투자자가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로 붙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구조상 청구가 막혀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이 전부에 지연배상금이 붙는다. 지급이 늦어지는 동안 총액이 계속 불어난다.

계약서를 볼 때 위약벌 비율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12퍼센트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는 감당할 만해 보이지만, 매수청구 대금 위에 얹히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실제 부담은 달라진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11편에서는 이 책임을 누가 지는지를 본다. 회사가 감당하지 못하면 창업자 개인에게 넘어오는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2025년 말 법 개정의 핵심이었다.

◆◆◆

협상 테이블에서

이 세 조항은 계약서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자리에 든다. 조항 자체를 빼는 것은 어렵고, 다툴 곳은 범위와 금액이다.

발생 사유를 좁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수청구권이 언제 발동하는지가 이 조항의 실질이다.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창업자 개인에 대해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사유가 넓게 적히면 성실히 경영하다 실패한 경우까지 매수청구가 들어올 수 있다.

시정 기회를 넣는 것. 위반이 발견되면 곧바로 청구가 아니라 30일에서 60일 사이의 치유 기간을 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3편에서 본 거래완결 전 해제 조항에는 5일의 치유 기간이 있는데, 이 조항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매수대금 이율을 낮추는 것. 연 12퍼센트가 예시 숫자다. 그리고 분할 지급이나 안분 지급을 미리 합의해 둘 수 있다.

위약벌은 금액과 차등이다. 비율을 낮추는 협의와 함께, 위반의 무게에 따라 위약벌을 달리 정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소한 위반에 곧바로 최고 수준의 제재가 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연배상금은 이율을 조정한다. 연 6~8퍼센트로 낮추거나,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일정 폭을 더하는 방식으로 연동하거나, 30일 이내는 낮은 이율을 적용하고 그 이후에 올리는 단계적 구조도 협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세 가지가 함께 청구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협상해야 한다. 위약벌 비율만 보고 12퍼센트면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매수대금과 지연배상금이 함께 계산되는 구조를 놓고 총액을 그려 봐야 한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계약을 어기면 주식매수청구권, 손해배상, 위약벌이 함께 청구될 수 있다. 다만 병과가 가능하다는 것과 청구액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것은 다르다. 위약벌이 공서양속 위반으로 제한된 사례가 있다.
  • 매수대금은 셋 중 높은 금액이다. 원금에 연 12퍼센트를 붙인 금액, 지난 1년간 최고 거래가, 평가기관의 본질가치.
  •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려면 배당가능이익에 준하는 한도와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매수청구는 실익이 적고, 창업자 개인에 대한 청구가 실질적인 무기가 된다.
  • 상법상 반대주주의 매수청구권과 투자계약상 매수청구권은 다르다. 이름이 비슷할 뿐 근거와 제약이 다르다.
  •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만 적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위약벌인지 예정인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법원이 깎을 수 있지만, 위약벌은 깎지 못한다. 과도하면 공서양속 위반으로 일부나 전부가 무효가 될 뿐이다.
  • 대법원은 위약벌을 무효로 하는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금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무효가 아니다.
  •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위약벌이 가중된다. 투자금의 12퍼센트와 매매대금의 50퍼센트 중 큰 금액이다.
  • 지연배상금 연 12퍼센트는 법정이율의 두 배 수준이다. 적지 않으면 연 6퍼센트가 적용된다.
  • 위약벌 비율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매수청구 대금 위에 얹히는 금액이라는 점을 놓고 총액을 그려 봐야 한다.
  • 협상은 발생 사유를 좁히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이 치유 기간, 이율, 금액이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6조 (손해배상 및 위약벌) ① 투자자는 본 계약에 따른 각 당사자의 의무를 위반한 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회사에게 전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는 회사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와는 별도로 투자금의 [12]%에 해당하는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다.
③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회사에게 전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4호의 사유가 발생하거나 이해관계인에게 전조 제2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는 해당 이해관계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와는 별도로 투자금의 [12]%에 해당하는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다.
④ 전항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제13조 및 제14조를 위반해 주식을 처분한 경우, 투자자는 이해관계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와는 별도로 투자금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하고 지급받은 매매대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중 큰 금액을 위약벌로 청구할 수 있다.
⑤ 제3항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인이 제18조 제2항 또는 제3항을 위반해 본건 신주의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있음에도 회사로 하여금 상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는 그 의무를 위반한 이해관계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와는 별도로 상법상 상환의무가 인정되는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청구할 수 있다.
법률 ·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제2항·제4항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10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