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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계약 읽기(11) 연대보증은 사라졌나

김수연 변호사 · 2026.08.04

서명란 위에 놓인 인감

일러스트 생성: Google Gemini

10편에서 본 세 갈래의 청구가 회사에 들어왔다. 그런데 회사에 그만한 돈이 없다. 계약을 어길 만큼 사정이 나쁜 회사라면 대개 그렇다.

그러면 그 청구는 어디로 가는가.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이라고 적힌 사람, 대개는 창업자 개인이다.

◆◆◆

무엇이 금지됐나

지난해 12월 30일 개정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업무집행조합원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 목록에 한 항목이 들어갔다.

법률 ·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52조 제2항 제4호의2 투자계약에 따라 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한 업체가 부담하여야 하는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는 행위.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제3자에게 의무를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는 행위는 제외한다.
가. 투자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나. 투자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다.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라. 투자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마.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투자계약 위반이 있는 경우

읽는 순서가 중요하다. 원칙은 금지다. 회사가 지는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지게 하는 것 자체를 못 하게 했다. 그리고 단서에서 예외를 뺀다. 그 예외에 해당하면서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때만 연대책임을 지울 수 있다.

예외는 조문상 다섯이다. 앞의 넷은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고, 다섯 번째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즉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외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같은 취지의 조항이 네 군데에 들어갔다. 개인투자조합(제14조 제2항 제4호의2), 창업기획자(제27조 제1항 제2호의2), 벤처투자회사(제39조 제1항 제2호의2), 그리고 벤처투자조합(제52조 제2항 제4호의2)이다.

새로 만들어진 규정은 아니다. 2023년 4월 13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에 같은 내용을 명문화했고, 이번에 법률로 올린 것이다. 중기부는 이를 두고 상향 입법으로 제도적 실효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고시에서 법률로 올라갔다는 것은 강행규정으로서의 힘이 세졌다는 뜻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더 오래됐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조합은 2018년 6월부터 기준규약을 통해 연대책임 부과를 금지해 왔다. 정책 방향이 8년에 걸쳐 고시로, 그리고 법률로 단계를 올라온 셈이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조항을 어겼을 때의 직접적인 벌칙 규정은 없다. 벤처투자법의 벌칙 조항은 다른 위반 유형만 다룬다. 대신 두 가지가 남는다. 그런 조항이 들어간 투자계약이 나중에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 그리고 감독기관의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다.

계약서는 어떻게 바뀌었나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18조 (이해관계인의 책임) ① 이해관계인은 회사가 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모두 이행할 수 있도록 본인의 권한, 권리, 의무를 다해야 한다.
② 이해관계인은 투자자가 회사에 대하여 인수주식에 관한 상환청구 또는 주식매수청구를 하면 회사의 대주주 내지 임원으로서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 상환 또는 주식매수에 성실히 응할 수 있도록 업무를 집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③ 전항의 경우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인은 회사의 대주주 내지 임원으로서 회사가 상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준비금 감소 등 법률상 가능한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
④ 본 계약의 다른 조항에도 불구하고 본 계약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를 연대하여 부담하는 경우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그 사유 발생에 해당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다.
1. 각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2. 각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3. 제3조 및 별지 1.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4. 본 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제4항이 법 개정의 취지를 옮겼다. 법 조문이 다섯 번째 예외를 대통령령에 위임해 둔 것과 달리, 표준계약서는 네 가지만 적어 두었다. 2018년 이전 표준계약서는 이해관계인이 회사 의무 전체에 연대책임을 지는 구조였으니, 이 조항 하나로 창업자의 부담이 크게 달라졌다.

과실책임의 원칙에 맞는 변화다. 자기가 잘못한 만큼 책임진다는 민사법의 대원칙이다. 창업자가 회사의 모든 채무에 자기 재산을 걸고 서명하던 구조는 그 원칙과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4항만 보면 창업자의 책임이 네 가지로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항 전체를 읽으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제1항, 제2항, 제3항은 연대책임이 아니다. 창업자 자신의 의무다.

제1항은 회사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본인의 권한과 권리를 다하라는 것이다. 제2항은 투자자가 상환청구나 매수청구를 하면 대주주이자 임원으로서 회사가 응할 수 있게 업무를 집행하라는 것이다. 제3항은 배당가능이익이 모자라면 준비금을 줄이는 절차를 밟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들을 어기면 연대책임 조항과 무관하게 창업자 개인이 책임을 진다. 10편에서 본 위약벌 가중 조항이 바로 여기 붙어 있다. 상환 재원이 있는데 상환하게 하지 않으면 상환의무 인정 금액의 50퍼센트를 문다.

진짜 통로는 매수청구권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9편과 10편에서 본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만이 아니라 창업자 개인을 상대로도 행사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 제15조 제2항이 그 근거다.

회사에 대한 매수청구는 자기주식 취득이라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한다. 창업자 개인에게는 그 제한이 없다. 회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금액이 그대로 개인에게 청구된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매수청구권의 발생 사유가 넓게 적히면 어떻게 되는가. 연대책임은 네 가지로 좁혔는데 매수청구 사유가 열 가지라면, 나머지 여섯 가지에 대해서도 창업자는 개인적으로 돈을 물게 된다.

형식은 연대보증이 아니지만 결과는 같아진다.

보증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으면

여기서 법리 하나를 짚어야 한다. 보증채무와 독립채무는 다르다.

보증은 회사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회사 채무와 주종 관계에 놓인다. 이것을 부종성이라 한다. 주된 채무가 소멸하면 보증채무도 소멸하고, 보증인은 회사가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 민법이 그렇게 정해 두었다.

그런데 계약서가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나란히 의무의 주체로 적어 두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창업자의 의무가 회사 채무에 딸린 것이 아니라 별도로 성립한 채무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부종성이 배제되면 그 채무는 보증채무로서의 성질을 잃는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회사 쪽 약정의 효력을 다투는 주장을 자기 개인책임을 부정하는 근거로 쓰기 어려워진다. 방어 수단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보증이라고 해서 회사가 이긴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소송에서 주채무자가 이겼더라도 그 판결의 기판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보증인이 그 승소판결을 원용해 보증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8099 판결).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가 오랫동안 제한해 온 것은 연대보증이다. 그런데 창업자의 의무가 아예 보증이 아닌 형태로 구성되면 그 제한의 그물을 벗어날 수 있고, 부종성에 기대는 방어도 어려워진다. 이름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다.

감독기관은 어떻게 보나

이 문제는 실무에서 이미 논란이 되고 있다. 창업자가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했다가 개인 책임을 지게 된 사례가 보도되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계약상 제3자 연대책임 부과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라는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제목이 곧 입장이다.

핵심은 다음 대목이다. 금지되는 제3자 연대책임은 직접적인 계약 조항만이 아니라, 다른 계약 조항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에도 해당 조항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점검하고 적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항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의무가 부과됐는지를 보겠다는 뜻이다. 담당은 창업벤처혁신실 투자관리감독과다.

민사법원이 계약 문언에 따라 창업자의 책임을 판단하는 것과, 감독기관이 그런 계약 구조가 제도 취지에 맞는지 점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이 자료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체결되는 계약서에는 이 시선이 작동한다.

그래서 이 편의 질문에 답하자면 이렇다. 연대보증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창업자 개인이 돈을 무는 통로는 남아 있다. 그 통로의 넓이를 정하는 것이 매수청구권 발생 사유이고, 이제는 감독기관도 그 넓이를 보고 있다.

고유의무는 별개다

한 가지 더 구분할 것이 있다. 창업자가 지는 의무에는 세 종류가 있다.

회사 의무에 대한 연대책임. 법이 네 가지로 제한한 것이다.

계약서가 창업자에게 직접 지운 의무. 앞서 본 제1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그리고 9편에서 본 주식 처분 제한이 여기 들어간다.

경업금지와 기술이전 제한. 창업자가 회사를 나가서 같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표준계약서 제4조에 있다.

뒤의 둘은 법이 제한한 연대책임과 무관하다. 회사의 의무를 대신 지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 본인이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경업금지가 특히 그렇다. 표준계약서는 창업자가 회사를 나가거나 주식을 다 처분한 뒤에도 2년간 경쟁 업종에 종사하거나 관련 신회사를 세울 수 없도록 한다.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이 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부딪친다. 회사의 핵심 기술과 인력을 지키려는 취지는 인정되지만, 범위와 기간이 지나치면 개인의 생계를 막는 결과가 된다. 창업자와 달리 일반 직원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본 편에 뒤이어 나올 12편에서는 초기 투자의 다른 방식을 본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과 조건부지분전환계약, 그리고 지금까지 본 계약서들과 무엇이 다른지를 정리하며 연재를 닫는다.

◆◆◆

협상 테이블에서

이해관계인의 책임 조항은 창업자에게 가장 무거운 자리다. 개정판이 이미 기업 쪽으로 조정해 두었으므로 표준안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된다.

연대책임 조항이 표준안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네 가지 사유, 그리고 고의 또는 중과실. 이보다 넓게 적힌 계약서라면 법이 금지하는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매수청구권의 발생 사유를 함께 본다. 이 조항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 편의 요지다. 연대책임을 네 가지로 좁혀 놓고 매수청구 사유를 열 가지로 열어 두면 의미가 없다. 창업자 개인에 대한 매수청구는 법이 정한 사유에 맞춰 한정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의무의 주체가 누구로 적혀 있는지 본다.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나란히 놓고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한다”고 적힌 조항이 있다면, 그것이 회사 채무에 대한 보증인지 창업자의 독립된 의무인지 다툴 여지가 생긴다. 보증으로 읽히기를 바랐는데 독립채무로 해석되면 방어 수단이 줄어든다. 문구를 정리해 두는 편이 낫다.

고유의무의 범위를 정리한다. 창업자가 회사와 별도로 스스로 이행할 책임이 있는 조항들이 계약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어느 조항이 그에 해당하는지 목록으로 확인해 두어야 한다.

경업금지는 네 가지를 조정한다. 보호 대상을 회사의 핵심 영업비밀과 주된 사업 영역에 직접 관련된 기술로 한정하는 것, 사업 영역을 별지에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 통상적인 사업 활동이나 공개된 정보의 이용은 예외로 명시하는 것, 그리고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상장이나 계약 종료 시점에 자동으로 소멸하도록 하는 것이다.

계약 종료 시점도 다시 본다. 9편에서 본 대로 투자자 지분이 인수 주식의 10퍼센트 미만이 되어야 계약이 끝난다. 그때까지 창업자의 의무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오늘의 체크포인트

  • 지난해 12월 30일 시행된 개정 벤처투자법은 회사의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 조문상 예외는 다섯이다. 구체적으로 열거된 넷은 선행조건 미충족 상태의 납입 유도, 진술과 보장 위반, 투자금 용도 위반, 계약에 반하는 주식 처분이고, 다섯 번째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어느 경우든 고의나 중과실이 있어야 한다.
  • 새 규정이 아니라 2023년 4월 고시에 있던 내용을 법률로 올린 것이다. 모태펀드 출자조합은 2018년 6월부터 기준규약으로 금지해 왔다. 위반에 직접 벌칙은 없지만 해당 계약 조항이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 표준계약서 제1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는 연대책임이 아니라 창업자 자신의 의무다. 어기면 별도로 책임진다.
  • 실질적인 통로는 창업자 개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이다. 회사와 달리 배당가능이익 제한이 없다.
  • 보증채무와 독립채무는 다르다. 회사와 나란히 의무의 주체로 적히면 회사 채무와 분리된 독립채무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고, 그 경우 부종성에 기대는 방어가 어려워진다.
  • 보증이라 해도 회사가 이긴 판결의 기판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 중소벤처기업부는 다른 조항을 통한 우회적 책임 부과도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점검·적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경업금지와 기술이전 제한은 창업자 본인의 약속이라 법 개정과 무관하게 남는다. 표준계약서는 퇴사일이나 처분일부터 2년으로 정한다.
관련 조문 전문 보기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 주주 간 계약서(SHA) 제4조 (기술의 이전, 양도, 겸업 및 신회사 설립 제한) ①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현재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또는 개발 중이거나 개발계획이 확정되었거나 도입 예정인 영업비밀, Know-how, 정보, 기술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이전 또는 양도, 담보 제공할 수 없다.
②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개발 중이거나 도입하는 기술의 일부 또는 전부와 관련된 신회사를 설립하거나 개인 사업을 할 수 없으며, 경쟁업종 종사, 경쟁사 주식취득 또는 회사가 경영하는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임원, 기술고문 및 직원으로 참여하는 등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③ 전항에서 정한 이해관계인의 의무는 해당 이해관계인이 회사를 퇴사하거나 본 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주식 전체를 처분하였더라도 본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 한 퇴사일 또는 처분일부터 2년간 유효하다.

이 글은 「창업자를 위한 벤처투자 계약 읽기」 연재의 11편입니다.